수면마취제 프로포폴 오남용으로 인한 중독ㆍ사망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가 의료기관의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의 사용내역을 매달 보고하도록 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투여할 수 있는 의사 자격을 보다 엄격히 규제하는 등 오남용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5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제약사 도매상 병ㆍ의원 약국 간 의약품 유통을 관리하는 의약품관리종합정보시스템을 개편하고, 관련 법률(약사법)을 올해 안에 개정해 의료기관의 마약류 총 55개의 사용내역을 월별로 보고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유통과 사용 현황을 모니터링해 취급량이 늘어난 병·의원의 경우 식약청이 직접 방문, 의약품 원래의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관리 감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의약품의 입·출고 등을 자동으로 추적할 수 있는 전자태그(RFID)를 붙여 관리를 엄격히 하고, 도난 방지를 위해 종합병원 마약류 저장시설에 CCTV 설치를 권고하도록 했다.
또 다음달 말까지 검찰 경찰과 합동감시도 벌인다. 조기원 식약청 의약품안전국장은 "최근 조사에서 마약류 취급량이 급증한 병ㆍ의원을 상대로 다음달 말까지 집중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와 식약청은 최근 마약류 사용 의료기관을 점검한 결과 2011년 향정신성의약품 취급량이 전년도보다 100% 이상 증가한 의료기관이 총 406곳이었고, 평균 5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마약류 투여 자격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아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사는 마약류를 취급할 수 있다'는 내용만 있을 뿐 의사 자격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 상태다. 대한마취과학회는 "프로포폴 상습 투여 시 호흡기능과 심장기능이 저하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마취전문의나 심폐소생술에 능한 의사가 다뤄야 한다"고 권고해왔다. 지난 7월 서울 강남 산부인과 의사가 30대 여성에게 프로포폴을 다른 마취제와 섞여 투약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고 최근 12년간 프로포폴 투여로 인한 사망자 중 의사가 27.3%를 차지할 정도로 의사의 오남용이 심각한 상황이다.
조기원 국장은 "올해 안으로 마약류 중독을 포함, 중독 종합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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