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0년대 들어 줄곧 유지해 온 쌀 감산 정책을 포기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논에 다른 작물의 재배를 유도하는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겠다는 것인데, 쌀 재배면적을 다시 늘리는 사실상 '증산(增産)' 전환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는 쌀 생산량이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쌀 자급률이 갈수록 떨어지는데다 국제 곡물가격의 급등으로 식량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재배면적 감소와 연이은 태풍 피해 탓에 지난해(422만4,000톤)보다 3.5%(15만톤) 줄어든 407만4,000톤에 그칠 전망이다. 2010년 이후 3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1980년 355만톤 이후 32년 만에 최저치다.
지난해 변경된 현백률(현미투입량에 대한 백미 생산량의 백분율) 기준을 사용하면 올해 쌀 총 생산량은 396만5,000톤으로 더 낮아진다. 올해 벼 재배면적도 작년보다 0.5% 줄어든 84만9,000㏊로 2002년 이후 11년째 감소하고 있으며, 단위면적(10a)당 쌀 생산량 역시 작년(496kg) 대비 3.0% 줄어든 481kg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속적인 쌀 생산량 감소로 지난해 쌀 자급률이 83%까지 하락한 데 이어 올해 생산량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정부는 쌀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해 2011년부터 실시해 온 쌀 감산 목적의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부의 쌀 재고량이 감소하는데다 국제 곡물가격도 치솟고 있어 쌀 수급 조정여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정책 전환의 배경을 설명했다. 2010년 쌀 자급률 수준(104.6%)으로 사실상 증산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가 주요 농업정책을 불과 2년 만에 철회함으로써 농가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정부가 식량안보에 대한 큰 그림 없이 즉흥적으로 농업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꼬집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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