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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10월 16일] 책을 읽는 사람들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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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10월 16일] 책을 읽는 사람들의 행복

입력
2012.10.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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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팔리지 않는다. 정말 팔리지 않는다. 올해 말 출판 산업 전체를 결산하는 지표가 나오면 확인되겠지만 책은 정말이지 팔리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인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이웃에게서 빌려보고 친구에게서 빌려보기 때문에 책이 팔리지 않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책을 읽지 않는 것일까. 시간이 없어서인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그렇게 시간에 ?기면서도,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영화 보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눌러대며 술 마시고 헛소리하고 목소리 높여 서로 싸운다. 그러니 시간이 없기 때문에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진단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우리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이미 너무 많이 읽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밀려드는 영상과 뉴스와 신문 기사와 트윗과 블로그와 이메일과 RSS와 SMS와 카카오톡의 정보들을 처리하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고단한 노동이다. 우리는 아주 많은 글들을 실제로 읽고 있고, 또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따라서 또 다시 책이라는 형태로 묶인 글들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더 이상 절실하게 느끼고 있지 않다. 우리가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이미 너무 많이 읽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텍스트들을 어떻게 읽고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는 정말 책이 필요하지 않은 것일까? 우리가 하루 종일 대하는 글들은 사실 우리 스스로 선택한 텍스트들이 아니다. 우리가 선택하는 것은 취향에 맞는 채널들뿐이다. 채널을 선택하고 나면 그 열린 수도꼭지에서 엄청난 양들의 단편적인 텍스트들이 쏟아지는 것이다. 우리의 하루 일상은 이 엄청난 정보의 흐름을 일별하고 이에 일희일비 반응하고 처리하는 일로 채워져 있다. 이러한 피동형의 삶에는 능동적 행위로서의 독서가 자리 잡을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읽고 있으되 읽고 있지 않다. 책을 읽는 것과 주어진 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두 가지 일인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고도로 능동적인 행위이다. 이를테면 텔레비전을 보는 행위와 비교하면 그것은 분명히 드러난다.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서 우리가 특별히 준비해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심지어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을 필요조차 없다.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면서, 청소기를 돌리면서, 전화를 하면서, 심지어는 지하철에서 한 정거장을 타고 가는 사이에도 핸드폰으로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 있다. 심지어 한 채널을 계속 보고 있을 필요도 없다. 리모컨을 들고 계속 채널을 돌려가는 것, 그것도 이미 완벽한 의미에서의 시청이다.

그러나 책을 읽는 것은 그와는 아주 다른 어떤 결심을 필요로 한다. 말하자면 일상의 번잡을 잠시 내려놓고, 어떤 주제 혹은 어떤 작가의 내면을 직접 구체적으로 따라가겠노라고 스스로 선언해야 한다. 재미없거나 어렵다고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면, 우리는 이제까지 아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했을 것이다. 재미없는 장면에서 우리는 "이제 곧 재미있어지겠지"라고 생각했었고, 어려운 대목에서는 "이제 조금만 참으면 이해할 수 있겠지"라고 마음먹었다. 이런 크고 작은 난관들과 지속적으로 싸워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독서는 매우 적극적인 정신의 태도를 전제한다.

순수한 피동형의 삶에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 밀려드는 텍스트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정보와 텍스트를 통제하지 못하고, 그들이 오히려 나를 규제하는 상태는 유쾌하지 않다. 그러니 책을 읽는 사람들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들이 책을 읽는다. 소수의 그들은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통제하고 스스로에 대해 주인이 되며 주변의 환경을 능동적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든다는 것, 그것은 우리 사회에 행복한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상황에서 당신이 책을 읽는다는 건, 당신이 얼마 남지 않은 유능하고도 행복한 소수에 속한다는 뜻이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리고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행복하기를.

김수영 로도스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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