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11월 하순~12월 초순)을 앞두고 자칫 배추파동이 재연될까 걱정이다. 늦은 겹태풍에 배추모종을 밭에 옮겨 심는 정식(定植)이 늦어져 김장철 초기 공급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김장배추 생산량이 전년 대비 9%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어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선 배추 무 건고추 마늘 등 김장 채소 및 양념 가격 안정책이 주로 논의됐다. 하지만 서민들 입장에선 김장물가뿐 아니라, 전반적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의 그림자가 걱정스러운 게 현실이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상승률이 대체로 2% 이하에 머무는 안정세를 유지해왔다. 태풍의 영향을 받은 지난달 소비자물가도 전년 대비 2.0% 오르는 데 그쳤다. 지수물가의 이 같은 안정세는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에도 영향을 줬다. 하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 상승률은 지수의 흐름과 크게 다르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8월 체감물가 상승률은 5%에 달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1.2%의 4배에 달했다.
흔히 대표적 장바구니물가로 꼽히는 김장물가는 전체 비용이 많지 않아도 체감물가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이미 배추 한 포기(2.5㎏) 가격이 작년 이맘때보다 두 배 가까이 올라 4,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김장철을 앞두고 빈틈없는 수급대책으로 철저히 관리하는 일이 시급하지만, 배추파동 문제만이 아니다. 지난 여름 시작된 국제 곡물가격 인상 러시에 따른 애그플레이션의 영향이 이달 말부터 국내에 본격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앞으로 애그플레이션이 본격화하면서 내년 1분기까지 밀가루 30.8%, 전분 16.3%, 유지류 11.2%, 사료 10.2% 등 주요 곡물가격이 일제히 오를 전망이다. 그 경우 유제품 두부 국수 빵 과자 등 식료품 전반에 연쇄적인 가격상승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 임기 말 대선이 겹친 어수선한 상황에 이런 변수가 닥치는 게 심상찮다. 정부는 지수물가에 안주하지 말고 끝까지 생활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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