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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10월 16일] 애니팡 일등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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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10월 16일] 애니팡 일등하는 법

입력
2012.10.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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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팡이 문제다. 우연히 시작을 했는데, 이게 은근 재미있고 중독성이 있는 것이었다. 일부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하는게 아닌 것이 요새는 사람들과 "몇 점이에요?", "하트 좀 보내줘"라는 말을 인사말같이 하는 것을 흔히 볼 정도다. 무지 쉽고 단순한 게임인데 이렇게 '국민게임'의 반열에 오른 큰 이유 중 하나는 내 친구들의 리스트가 뜨면서 주간순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경쟁심이 절로 자극되는 구조가 아닐 수 없다.

내 이름은 한참을 내려가야 겨우 찾을 수 있고, 평소 게임같은 것은 잘 못할 것 같아 보이던 지인들이 나보다 훨씬 상위권에 올라 있는 것을 보면 묘한 자극이 돼서 더욱 분발하게 된다. 평소 경쟁에 초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말이다. 그런데 해도 해도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 자존심에 슬슬 금이 가기 시작한다. 재미로 시작한 게임이 어느새 짜증의 근원이 되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원래 게임이란 머리가 복잡할 때 피곤을 풀려고 한 두 판정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요놈의 애니팡은 그런 상태에 했다가는 좋은 점수를 낼 수 없다. 맑은 정신에 집중을 해서 열심히 해야 그나마 점수가 제대로 나온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 이만저만하지 않다.

거기다 아는 사람에게 하트를 낮에 보내면 일은 안하고 게임이나 하는 것으로 보일까봐 신경이 쓰인다. 또 레벨이 너무 올라가는 것도 걱정이다. 점수도 높지 않은데 레벨만 높으면 '열심히 하는데 성적은 안 나오는' 볼쌍 사나운 모습으로 비칠 것 같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하고, 현실세계와 동시에 엮여 있다보니 요모조모로 인간관계의 연장선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복잡한 고민을 안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저녁나절 열심히 잘 안 되는 게임을 하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을 때였다. 아이가 다가와서 "아빠, 왜 그래?"라고 물어서 아무리 해도 친구들보다 점수가 안나와서 답답하다고 했더니 "그럼 친구 명단을 다 지우면 되겠네"라고 하는 것이었다.

유레카가 아닐 수 없었다. 애니팡에서 일 등을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연동된 친구 리스트를 모두 삭제해버리면 되는 것이었다. 아니면 나보다 못하는 몇 명만 남기는 것이다. 이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는데 왜 나는 아둥바둥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라고 부정해 왔지만, 사실 나는 타인을 의식하고, 그러면서 지는 것은 또 싫은 마음이 꽤나 강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런 구조에서 진정 실력으로 일등이 되지 않는한 게임을 마냥 즐기기란 어려운 일일 수 밖에 없다. 궁극의 방법은 보지 않고 혼자 즐기는 것이었다..

물론, 나는 친구리스트를 지우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아이와 얘기를 한 후 나는 일 등이 되고 싶으면 외로워지면 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일등이 되는 순간 외로울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경쟁을 한다. 자꾸 누가 쫓아올까봐 뒤를 돌아보고, 나보다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잡지 못해 조바심을 낸다. 그런 경쟁심이 삶의 동기부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애니팡을 하면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이런 류의 동기부여는 이기는 소수에게만 즐거운 감정을 주고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열등감과 자존감 저하만 선물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삶에 너무 익숙하다 보니 '게임따위'를 하면서도 경쟁심리가 자극받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는 삶에서 경쟁하고 이기고 싶은 친구의 리스트를 지우는 것부터 해야겠다. 이겨야할 대상은 나와 함께 뛰고 있는 친구가 아니라 나의 과거여야 한다. 우리는 시간의 연속선안에 살고 있다. 과거를 놓고 현재가 경쟁을 하는 것이다. 내 옆 사람을 보고 비교하고 속상해하지 말고, 나를 중심으로 평가하고 목표치를 정하는 것이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바람직한 미래를 만드는 길이 될것이다. 그래야 내 삶에서 나는 항상 일 등일 수 있다. 이것이 애니팡이 내게 준 깨달음이다. 앞으로는 순위표를 보지 않을 생각이다. 그저 매주 수요일 점심때만 한 번씩 볼까한다. 주간순위표가 새로 시작하니까.

하지현 건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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