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전 국왕 노로돔 시아누크가 15일 노환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비서인 시소와스 토미코 왕자는 중국 베이징에 질병 치료 차 머물던 시아누크 전 국왕이 이날 새벽 심장마비를 일으켜 병원으로 옮겼으나 곧 숨졌다고 전했다. 고인은 심장질환, 암, 당뇨병, 고혈압 등을 앓고 있었으며 최근 수년 동안 중국에서 치료를 받아 왔다.
니에크 분차이 부총리는 캄보디아 TV를 통해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이 이날 베이징에 가서 아버지 시아누크 전 국왕의 시신을 캄보디아로 운구해 전통 장례식을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아누크는 우리 모두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위대한 왕이었다"고 말했다.
1941~55년, 93~2004년 두 차례에 걸쳐 국왕을 지낸 시아누크는 지난 60년간 캄보디아 정치사의 핵심 인물이었다. 수도 프놈펜에서 태어나 프랑스와 베트남에서 교육받은 그는 41년 4월 조부인 시소왓 모니봉 국왕이 사망하면서 왕위에 올랐다.
53년 캄보디아가 프랑스에서 독립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55년 왕위를 아버지 노로돔 수라마릿에게 넘긴 뒤 총리, 국가원수 자격으로 캄보디아를 실질적으로 통치했다. 그러나 70년 미국의 지원을 받은 론 놀의 군사 쿠데타로 정권이 전복되자 시아누크는 베이징으로 망명, 캄보디아 민족연합정부를 세워 망명정권을 이끌었다. 75년 국가원수로 복귀했으나 이미 나라를 장악한 크메르루즈의 허수아비 노릇을 하다가 이듬해 다시 사임하고 중국과 북한에서 10년 넘게 망명생활을 했다. 이후 93년 9월 입헌군주제로 환원하는 헌법 개정으로 왕위에 복귀했으며 2004년 10월 건강 등을 이유로 아들 노로돔 시하모니에게 왕위를 양위했다.
캄보디아인의 존경을 받은 시아누크는 퇴위 후에도 자신의 웹사이트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했다. 1월에는 자신이 죽으면 화장해서 재를 왕궁에 보관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시아누크는 생전에 수 차례 북한을 방문했으며 김일성 김정일 부자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이날 시아누크 전 국왕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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