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출신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43)가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뛰어 내린 사람이 됐다. 그는 자유낙하를 통해 음속을 돌파하는 최초의 기록도 세웠다.
외신에 따르면 바움가르트너는 14일(현지시간) 오전 9시 30분쯤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에서 헬륨가스기구에 달린 캡슐에 몸을 싣고 하늘로 올라갔다. 약 2시간 후 고도 39.045㎞ 높이에 다다른 그는 캡슐에서 하늘로 뛰어내렸다. 성층권에 속하는 고도 39㎞는 여객기가 운항하는 고도 14㎞보다 높고 에베레스트산 높이(8,848m)의 4배가 넘는다. 점프 후 바움가르트너의 최고 낙하속도는 시속 1,342㎞(마하 1.24)를 기록했다. 이로써 그는 제트기나 우주선을 타지 않고 초음속(마하 1 이상)에 도달한 최초의 인간이 됐다.
바움가르트너는 지상 1,524m 높이에서 낙하산을 펴고 뉴멕시코 사막에 안착했다. 점프 후 지상에 도달하는데 걸린 시간은 9분여. 그는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 서면 겸손해진다"며 "기록을 깬다거나 과학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생각은 할 수 없고 오직 살아서 돌아가기만을 바라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바움가르트너의 도전에는 난관도 있었다. 그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머리를 지상으로 향하는 자세를 취하려 했지만 낙하 직후 몸을 통제하지 못하고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졌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몸이 돌 땐 지옥 같이 느껴졌지만 자세를 잡을 수 있는 순간이 온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낙하산부대 출신으로 2,500번의 스카이다이빙 경험을 갖고 있는 바움가르트너는 이날 도전을 5년 전부터 계획했다. 올해 3월에는 31㎞ 고도에서, 7월에는 29㎞ 고도에서 시험 낙하를 했다. 또 에너지음료 제조업체 레드불은 전문가 300여명이 참여한 도전팀 '레드불 스트라토스(Red Bull Stratos)'을 구성해 그를 후원했다. 스트라토스는 성층권(stratosphere)에서 따온 것이다.
도전팀에는 바움가르트너가 깬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조 키팅어(84) 전 미공군 대령도 포함돼 있다. 키팅어는 1960년 최고높이(지상 31.38㎞), 최고속도(시속 988㎞), 최장시간(4분36초) 자유낙하 기록을 세웠다. 바움가르트너는 이날 높이와 속도의 최고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점프 후 낙하산을 펼 때까지의 체류시간은 4분20초에 그쳐 키팅어의 기록을 깨지 못했다. 키팅어의 기록을 지켜주기 위해 일부러 낙하산을 일찍 편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바움가르트너는 "최선을 다하려 했지만 그의 기록 하나가 남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도전 내내 통신으로 바움가르트너를 격려한 키팅어는 "이 용감한 사나이와 함께 일해 영광"이라고 말했다.
바움가르트너는 이날 기온이 영하 70도까지 떨어지고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보호복을 입었다. 도전팀에서 의학을 담당한 조너선 클라크 박사는 "극단적 높이에서 우주인이 탈출할 때 착용할 수 있는 새 우주복을 실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움가르트너의 도전은 그의 장비에 설치된 30대의 카메라를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유튜브에선 800만명이 실시간으로 낙하 장면을 지켜봐 동시시청 신기록을 세웠다.
도전에 성공한 바움가르트너는 앞으로 산악구조요원이나 소방관으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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