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7년 10월18일 인디언 원주민인 알류트족 언어로 '거대한 땅'을 뜻하는 알래스카에 러시아 국기가 내려지고 미국 국기가 올랐다. 인디언 문화와 러시아 문화가 공존하던 작은 도시 시트카의 총독 관저에서 열린 알래스카 할양식에서 러시아의 알렉시스 페스트초로프 대위는 "로소 장군, 나는 러시아 황제의 권위로 알래스카의 영토를 미국에 인도하겠소"라고 선언했고 미국의 러벨 로소 장군은 이를 받아들였다.
천혜의 아름다움과 엄청난 자원, 그리고 뛰어난 전략적 가치를 지닌 광활한 땅 알래스카가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공식 인도된 것이다. 매입가는 720만 달러.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알래스카처럼 귀하고 축복받은 땅을 러시아가 왜 그리 헐값에 넘기는 바보 같은 짓을 했냐고 생각하지만 당시 사정은 지금과는 달랐다.
1741년 덴마크의 탐험가 베링이 러시아 황제의 의뢰를 받아 탐험에 나서 알래스카에 첫 발을 디딘 후 한 세기가 지나도록 이 땅은 사냥과 모피무역을 이어가며 별다른 산업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남진 정책을 벌이던 제정 러시아는 1853년 크림전쟁에서 패배한 후 많은 빚을 지고 있었다. 재정문제 해결을 위한 현찰의 필요성과 해양대국이었던 영국이 캐나다에 인접한 알래스카를 언제 무력 점령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겹친 러시아 황제 차르 알렉산드르 2세는 이 영토를 미국에 팔기로 결정했다.
미국 측 협상 당사자는 국무장관 윌리엄 슈어드.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그해 3월30일 새벽 두 나라는 러시아령 북아메리카 60만 평방 마일을 720만 달러에 매각한다는 계약서에 사인했다. 에이커 당 2센트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하지만 당시 미국 국민들마저 이를 바보 같은 짓이라 여겼다. 쓸모 없는 얼음덩어리에 거금을 퍼부었다며 알래스카를 단물이 다 빠진 오렌지에 비유했다. 우여곡절 끝에 의회의 비준이 이뤄지고 마침내 10월18일 미국인들이 '알래스카의 날'이라 부르는 이 날에 공식 할양식이 거행됐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알래스카가 화려한 백조로 부상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897년 북아메리카 대륙 북서부를 흐르는 유콘 강 기슭에서 금광이 발견되며 골드러시가 시작됐다. 또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가 시작되자 외졌던 이곳에 미사일이 배치되며 전략 요충지로 변했다. 헐값에 이를 넘긴 소련 정부는 그때야 이를 갈았다.
1950년대 시작된 석유 탐사 붐은 알래스카 푸르도 만에서 대형 유전이 발견되며 미국을 석유매장량 세계 3위의 국가로 만들었다. 오로라를 찾는 관광객과 함께 석탄과 구리, 목재와 천연가스 등 천혜의 자원을 지닌 알래스카는 이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미국의 보물이 되었다. 1959년에 이르러 미국의 49번째 주가 된 알래스카. 원주민들이'위대한 땅'이라 이름 붙인 그들의 지혜가 부럽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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