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행복 수업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해지면 한국의 학교폭력이나 자살 같은 문제도 해결될 겁니다."
에른스트 프리츠 슈베르트 독일 행복수업연구소장은 한국의 각박한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학생의 자살이나 학교폭력 등의 해결책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슈베르트 소장은 1976년부터 교사로 근무하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빌리헬파흐학교에서 교장으로 근무했다. 교장 재임 중 5년 전 새로운 교과목의 하나로 '행복' 수업을 개설했고, 이 수업은 2010년부터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100여개 학교에 보급됐다.
11~12일 2012 서울국제교육포럼(SIEF)에서 행복 수업을 소개하기 위한 서울을 찾은 슈베르트 소장을 배재현 풍문여고 교사와 이유선 덕성여중 교사가 12일 서울교육연수원에서 만나 행복 수업이 한국 교육현장에 적용 가능한지 알아봤다.
배재현 교사=행복 수업은 어떻게 시작됐나.
슈베르트 행복수업연구소장= 행복 수업은 1959년 유엔 어린이인권선언의 "모든 어린이는 자유롭게 유년을 보낼 권리가 있고 인류는 어린이를 자유롭게 해줌으로써 가진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에서 출발했다. 어린이는 태어날 때 행복한데 어른이 시키는 교육을 받으면서 점점 행복을 잃어간다. 이것을 다시 끄집어 내주자는 것이 행복 수업이다. 행복에는 보이는 행복과 보이지 않는 진정한 행복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게임, 새 휴대폰 구입 같은 보이는 행복에 빠져 있다. 자아 성취 등 진정한 행복을 다시 찾아주자 하는 것이 행복 수업의 본질이다.
이유선 교사=행복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가.
슈베르트 소장=세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안전에 대한 확신, 자유, 존재이유가 그것이다. 안전을 위해 아이들이 위험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자유가 필요하다. 중국ㆍ북한 주민들은 자유가 없으니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요건이 갖춰진 후에 존재의미를 찾을 수 있다. 존재의미는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는 것, 즉 자의식을 찾는 것이다.
이 교사=어느 과정에서 배우나? 초등학교?
슈베르트 소장=유치원부터 모든 과정에서 가능하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과정에 넣은 학교도 있고, 고등학교 과정에서도 실시하는 등 다양하다.
배 교사=구체적인 수업 내용을 알려 달라.
슈베르트 소장=대략 70가지의 기법들이 있다. 공통적으로 6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자아 강화, 목표 탐색, 목표 결정, 계획, 실행, 그리고 평가하는 과정이다. 수업은 교사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 힘들다.
이 교사=구체적인 기법은 어떤 것이 있나.
슈베르트 소장=학생들이 다른 친구들이 들고 있는 통나무를 밝고 건너는 것이 있다. 통나무를 건너는 학생은 통나무를 들고 있는 친구들을 믿고 용기를 내야 하고, 통나무를 들고 있는 학생들은 위에 올라가 있는 학생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에 대한 만족감도 상승하게 된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이주한 이민자 자녀가 있었다. 몸무게가 100㎏을 훌쩍 넘는 거구였고, 독일어를 몰라 문제 학생이 될 뻔했다. 이 학생이 행복 수업을 들은 후 친구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감량을 시작했고, 6개월 후 21㎏을 감량하고 자신감을 회복하게 됐다.
이 교사=커리큘럼은 어떻게 되나.
슈베르트 소장=커리큘럼은 딱 짜여진 것이 없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교사의 재량권이 거의 90%다. 광범위한 목적을 제시할 뿐이고, 교사들은 필수적인 요소들만 배우고 각자 스스로 연구ㆍ개발해 적용한다.
배 교사=교과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과목 수업에 적용하는 것인가.
슈베르트 소장=아니다. '행복'이라는 과목이 있다. 행복 수업이 1교시 이런 식으로 독립된 교과목이다. 하지만 교과서는 없다.
이 교사=행복 수업을 받은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 차이를 알 수 있나.
슈베르트 소장=오스트리아의 게마허 교수의 연구 결과가 있다. 수업 시작하기 전과 수업 1년 후 조사를 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학생들의 행복도를 설문지로 조사했다. 가족ㆍ친구관계, 이해력, 극기 능력 등 정신적ㆍ신체적 만족도를 조사해 보니 월등하게 차이가 났다.
배 교사=우리나라 학생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대입시 스트레스, 문제 가정 등 불행한 가정 두 가지로 요약된다. 어릴 때부터 이 수업을 받으면 불행을 덜 느낄 수 있나.
슈베르트 소장=불행의 가장 큰 원인은 약한 자존감 때문이다. 폭력 가해 학생들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약하고 겁이 매우 많다. 자의식을 강화하면 극복할 수 있다.
배 교사=청소년 자살 문제에도 행복수업이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보나
슈베르트 소장=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면 절대 그럴 일이 없다. 그런 문제를 예방하는 수업이 바로 행복 수업이다. 자기를 창의적으로 바라 보고 자신이 주인이 돼서 끌고 나〈?법을 배우면 긍정적으로 변한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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