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을 남긴 세계적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미공개 육필원고의 소유권이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으로 넘어가 일반에 공개될 전망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텔아비브 가정법원은 에바 호페, 루스 비슬러 자매가 갖고 있는 카프카 및 막스 브로트(카프카의 친구이자 소설가)의 원고를 국립도서관이 소장해야 한다고 14일 판결했다.
70대인 이들 자매는 브로트의 비서였던 어머니 에스테르 호페(2007년 사망)에게서 원고를 물려받아 소유권을 주장해왔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에 맞서 브로트의 유언을 근거로 2008년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브로트가 1968년 텔아비브에서 사망하면서 호페에게 이스라엘 국립도서관 혹은 텔아비브 시립도서관에 기증해달라며 자신과 카프카의 원고를 물려준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자매 측은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4만쪽 분량인 이번 원고는 대부분 브로트가 작성한 것이지만, 그가 보관하던 카프카의 원고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이스라엘의 브로트 연구가인 누리트 하기 박사는 "카프카가 남긴 편지, 일기, 스케치 등 1,001건이 이번 문서에 포함돼 있다"며 "카프카 연구가들에게 역사적, 문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평했다.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은 "브로트와 카프카에 대한 정의를 바로 세운 역사적 판결"이라며 자료들을 디지털화해 인터넷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체코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나 독일어로 작품 활동을 하던 카프카가 결핵으로 사망하자 브로트는 그의 유고를 미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출판, 카프카 문학을 세상에 알렸다. 그가 "내가 남긴 모든 원고를 읽지 말고 불태워달라"는 친구 카프카의 유언을 어긴 일화는 유명하다.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였던 브로트는 유대국가 건설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1939년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해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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