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인간 번개'가 달구벌 마른 하늘에 번쩍였다.
무명의 육상 신인 이재하(21ㆍ경북대 2년)가 대구 스타디움을 거침없이 질주했다. 이재하는 13, 14일 열린 제93회 전국체전 남자 대학부 100m(10초68)와 200m(21초06) 우승을 차지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특히 200m 기록은 이번 대회 고등부ㆍ대학부ㆍ일반부를 통틀어 가장 좋다. 장재근이 1985년 9월 제6회 아시아육상선수권에서 세운 한국 신기록 20초41에 0.65초 뒤지는 것으로 역대 8위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현역 1위인 여호수아(25ㆍ인천시청)의 20초88과 지난해 은퇴한 후 충남대 코치로 있는 전덕형(28)의 20초65도 조만간 이재하에 의해 따라 잡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100m도 일반부 2위에 해당하는 호기록이다.
키가 192㎝로 국내 최장신 스프린터인 이재하는 올림픽 단거리종목 첫 2연패 신화를 쓴 우사인 볼트(26ㆍ자메이카)와 곧잘 비교된다.
볼트처럼 장신으로 스타트에서 다소 불리하지만 중후반지점에서 폭발적인 가속력으로 추월하는 것이 빼 닮았다. 그래서 별명도 '국산 볼트'다. 하지만 200m는 코너웍이 좋아 초반부터 상대를 압도한다. 이번에도 2위를 멀찍이 따돌리고 여유있게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일반부 금메달리스트 임희남(28ㆍ광주광역시청)의 21초18도 이재하의 기록에 한 참 미치지 못했다.
이재하는 당초 단거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고교(대구체고)때까지 멀리뛰기가 주종목이었다. 기록도 나쁘지 않았다. 간간히 장대높이뛰기도 병행했다. 그러나 운명은 고 3때 바뀌기 시작했다. 경북대 박현권(53)교수와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10종 경기에서 한국신기록을 3차례 갈아치운 스타 선수출신인 박교수는 이재하를 첫 눈에 보고 물건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이)재하의 멀리뛰기 기량보다 단거리 잠재력을 보고 스카우트했다"며 "지금 재하가 선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성급하게 기록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다. 욕심내면 과부하가 걸리고 부상이 뒤따른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메달을 정조준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하도 "100m, 200m의 출발직전에 쏟아지는 긴장감이 좋다. 멀리뛰기에서 종목을 바꾼 것이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장미란(29ㆍ고양시청)은 15일 열린 역도 여자일반부 75㎏이상급에서 인상 121㎏, 용상 155㎏, 합계 276㎏으로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장미란은 이로써 2003년 84회 전국체전부터 10년 연속 여자일반부 3관왕 자리를 지켰다.
대구=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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