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이 속칭 '깡(할인매매)'를 통해 자치단체장의 비자금 조성 수단으로 악용된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김석우)는 15일 시장 재임 시절 업무추진비 수억 원을 속칭 '상품권깡' 수법을 통해 빼돌린 뒤 자신의 공관 운영비나 골프비용 등으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박광태 전 광주시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재임 시절인 2005년 1월~2009년 7월 총무과 의전팀 직원 이모(47)씨에게 각 실ㆍ과에 배정된 시책추진업무추진비 결제용 법인카드(23장)로 145차례 걸쳐 백화점 상품권 20억여원 어치를 구입하게 한 뒤 액면금액의 2%를 환전수수료로 떼어주는 할인매매를 하도록 해 광주시에 2억여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다.
박 전 시장은 이처럼 상품권깡을 통해 현금화한 돈 18억원 중 2억2,800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실제 박 전 시장은 2005년 4월부터 2009년 7월까지 매달 200만원씩 모두 7,000만원을 아파트(공관) 생활비로 사용했다. 또 민주당 광주시당에 내는 3년 4개월치의 개인 당비 4,100만원과 2006년 9월부터 2009년 7월까지 광주 지역 인근 골프장에서 21번에 걸쳐 친 골프 비용 7,600만원도 상품권깡으로 융통한 자금을 빼돌려 지불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은 생활비와 골프 비용 등을 비서실장 등 직원들 명의의 마이너스 통장에서 현금으로 우선 인출해 사용한 뒤 상품권깡으로 현금화한 업무추진비로 갚는 방식을 써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박 전 시장이 현금화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도 사용처를 조사했으나 횡령했다는 근거를 찾지 못해 횡령 금액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1995년 법인카드를 이용한 상품권 구입이 허용될 때부터 제기됐던 우려가 일부 현실화했다"며 "상품권은 현금, 수표, 신용카드에 이은 제4의 화폐로 불릴 만큼 거래가 자유로워 비자금 조성을 가능케 했다"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