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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주장이 원론적이거나 추상적… 구체적인 문제의식 드러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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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주장이 원론적이거나 추상적… 구체적인 문제의식 드러냈어야

입력
2012.10.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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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 가수로서 이루어 낸 전인미답의 성공에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열광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한 가수의 개인적인 성공을 별다른 근거 없이 국가적인 성취와 연결시키는 보수적인 언론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학생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인들에게 "한국에 좀 더 관심을 갖고 한국어를 공부하며 한국문화에 빠져들게 하여 국가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쓰고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강남스타일'의 성공을 10여 년 전의 '마카레나'에 비유한다. 그 당시 세계적 현상을 만들어 낸 마카레나 열풍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스페인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스페인어를 공부하게 하며 스페인 문화에 빠져들게 하여 스페인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했을까?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는 마카레나를 부른 로스 델 리오가 스페인 출신이라는 사실에 그때나 지금이나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신드롬은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준비된 것이 오는 것이다. 지금까지 축적된 한류의 역량이 이번 싸이의 국제적 성공으로 발현된 것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싸이 현상을 통해 글의 주제를 한류로 확장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학생의 주장들이 원론적이거나 추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학생은 우리가 "한류열풍을 지속적으로 어떻게 하면 성장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학생이 실제로 제출하고 있는 방법은 다소 엉뚱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와 SNS를 통해 이용자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주변에 전파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부여해야 한다"는 것인데, 표현상의 어색함은 차치하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일단 '기회의 부여'라는 말 자체의 의미가 불분명하다. 유튜브나 SNS와 관련해 누가 누구에게 어떤 기회를 부여한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다. 만약 이 말을 유튜브나 SNS를 한류의 확산에 활용하자는 말로 해석한다면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학생의 주장은 하나마나한 소리가 되어 버린다. 만약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라고 해도 독자들이 이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떤 주장이 구체성을 벗어나 추상으로 흐르게 될 때 이런 문제가 생긴다.

같은 단락에서 학생은 정부가 "대중문화 컨텐츠에 대한 과도한 심의나 규제를 최소화"하고 이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문화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좋지 않다. 그런데 이런 원론적인 수준의 주장도 좋지만 그 문제의식을 구체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싸이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전에 발표했던 '라잇 나우'가 여성부의 일관성 없는 19금 제한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뮤직비디오를 볼 수 없게 되고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얼마 전에 이를 부랴부랴 취소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마침 싸이를 소재로 대중문화에 대한 심의와 규제 문제를 다루면서 한창 진행 중인 이런 이슈를 다루지 않는 것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이 글을 쓴 시점이 여성부의 취소 결정이 이뤄지기 전이라고 해도 다를 것이 없다.

학생의 순수한 의도는 이해하지만 학생의 글에는 논술문에 필수적인 의미 있는 주장이 결여되어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추상적이고 막연한 주장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예각화하고 구체화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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