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맞수' 한국(FIFA랭킹 25위)과 이란(58위)이 만났다. A매치 9승7무9패로 박빙의 승부를 펼친 양국은 17일 오전 1시30분(이하 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지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최종 예선 4차전에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란은 철저한 비공개 훈련에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까지 직접 훈련장을 방문하는 등 비장함을 드러내고 있다. "지옥을 경험하게 해주겠다"며 도발하고 있는 이란을 상대로 한국은 냉정하고 차분하게 필승 전략을 세우고 있다.
노쇠화한 이란 공략법
한국은 런던 올림픽의 동메달 주역과 손흥민(함부르크) 등을 앞세워 세대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 젊은 패기를 앞세워 이란 원정(2무2패)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한을 풀겠다며 벼르고 있다. 반면 이란은 여전히 '왕년의 스타'들이 대표팀의 주축이다. '이란의 박지성' 알리 카리미(34ㆍ페르세폴리스)와 자바드 네쿠남(32ㆍ에스테그랄)이 중원을 책임지며 팀을 이끌고 있다. 둘은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된 베테랑이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과 김보경(카디프 시티) 등도 카리미와 네쿠남을 경계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경계심을 드러냈다. 노련한 미드필더들을 상대로 허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대표팀 경험이 풍부한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김정우(전북)가 나선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도 호흡을 맞춘 중원의 콤비는 강력한 압박으로 이란의 미드필드 플레이를 봉쇄한다는 각오다. 상대가 거세게 나올 것을 대비해 투쟁심이 뛰어난 박종우(부산)도 상시 대기한다.
공격 패턴의 변화
이번 경기는 '최강희호'의 에이스였던 이동국(전북)이 빠지면서 공격진의 변화가 예상된다. 손흥민이 이동국 대신 투입돼 박주영(셀타 비고)과 새로운 공격 호흡을 맞출 전망이다. 박주영이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투입되고 손흥민이 그 뒤를 받치는 섀도 공격수로 이란의 골문을 노린다. 이동국과 박주영의 스타일이 다른 터라 공격 패턴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박주영과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처음으로 동반 선발 출전하기 때문에 어떤 공격력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보경과 이청용도 최종 예선 3차전에 비해 컨디션이 올라와 있는 상태라 한국은 매서운 공격으로 '원정팀의 지옥'인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첫 승을 따낼 준비를 하고 있다.
K리거로 구성된 포백 수비라인
'최강희호' 출범 후 처음으로 K리거로만 구성되는 포백 수비진으로 최종 예선 경기에 나선다. 최강희 감독은 윤석영(전남)-정인환(인천)-곽태휘(울산)-오범석(수원)으로 포백 라인을 일찌감치 확정 지었다. 경험보다는 컨디션을 우선시한 구성이다. 정인환은 지난 8월 잠비아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왼쪽 측면 수비수 윤석영은 성인무대 경험이 없다. 최 감독은 "이란은 수비수들뿐 아니라 미드필드나 전방에서도 몸싸움에 능하다. 특히 전방에서 상대 수비를 압박하는 플레이가 좋다"면서 "초반에 그런 부분에서 위축되면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며 수비진의 유기적인 호흡을 강조했다. 2승1무로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은 이란 원정 경기만 승리하면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의 7부 능선을 넘어서게 된다. 최 감독은 "물러서고 지킨다고 이기는 게 아니다. 초반부터 강하게 승부를 걸겠다"며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