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공공기관과 특수은행 14곳 가운데 11곳은 지금껏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피아’로 불리는 구 재무부 출신 경제 관료들이 퇴직 후 CEO직을 싹쓸이한 탓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공공기관과 특수은행의 역대 CEO의 절반이 모피아 출신이었다. 금융위원회 소관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캠코), 정책금융공사, 주택금융공사, 기업데이터, 코스콤, 거래소, 예탁결제원과 기획재정부 소관 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 및 특수은행인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14곳의 역대 CEO 196명 중 순수 내부 출신은 6명(3%)에 불과했다.
반면 기재부 출신은 92명(47%)에 달했다. 여기에 기재부에서 넘어온 금융위와 금감원 출신까지 더하면 모피아 출신은 104명(53.1%)으로 늘어난다.
거래소와 기업은행, 캠코를 제외한 11곳은 아예 내부 출신 기관장을 둬본 적이 없다. 외부 낙하산들이 그 자리를 다 꿰찬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기관의 구성원들은 박탈감이 심해지고, CEO는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특수은행 관계자는 “관료 출신 CEO들이 임기의 3분의 1 이상을 업무 파악하는데 시간을 쓰고, 조직 내에서 융화하지 못해 노사갈등을 부추기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관행처럼 돼 버린 모피아의 낙하산 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유명무실한 사장추천위원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추위가 경제 관료나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기준대로 후보자를 추천하고 금융위가 임명 또는 제청하는 형태 등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공무원들이 사기업에 진출하는 것은 막고 있지만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 재취업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공직자윤리법의 세부규정을 마련해 공공기관의 성격에 따라 퇴직 관료의 취업 가능 여부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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