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를 모색하고 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이 이번 대선의 최대 정책 쟁점인 경제민주화 정책을 놓고 각론에서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다. 향후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 할 경우 재벌개혁 관련 정책 이견 조율 여부도 주목된다.
두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라는 큰 방향에서는 총론적으로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재벌개혁 정책의 각론에서는 적지 않은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두 후보 측이 실제 단일화를 추진할 경우 재벌 정책을 조율하고 합의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 후보가 14일 발표한 '재벌 개혁 7대 과제' 정책과 문 후보가 11일 내놓은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을 비교해보면 두 후보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특히 두 후보가 가장 엇갈리는 부분은 재벌의 소유ㆍ지배구조 개혁과 관련된 부분이다.
우선 지배구조와 관련해 재벌 그룹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대목인 순환출자 금지 관련 정책이 다르다. 문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물론 기존의 순환출자 구조도 3년 간의 유예기간을 둔 후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형태로 해소하도록 했다. 반면 안 후보는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했으나 기존 순환출자 구조에 대해서는 강제 해소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안 후보 측 경제정책 총괄역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는 몇 개 안 되는 재벌기업에만 해당하는 문제로 일단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식 처분 권고 등 자발적 해소를 유도한 뒤 상황을 보고 강제 이행방안을 고려하는 2단계 해법이다.
또 문 후보 측은 출자총액제한제를 10대 대기업에 한해 부활하기로 했지만 안 후보 측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 측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출총제는 재벌개혁의 상징이나 이념적 표상이 된 부분이 많은데, 냉정히 판단한 결과 이를 도입할 긴박한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신 안 후보는 문 후보가 포함시키지 않은 계열분리명령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체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에 대한 계열분리명령제를 도입한 뒤 상황을 봐서 일반 재벌기업에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SIFI란 규모가 크고 금융 시스템에서의 중요성이 높아 파산할 경우 큰 충격을 일으킬 수 있는 대형 금융기관을 말한다. 안 후보 측은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를 일으킬 수 있는 대형 금융기관에 자본금 확충, 계열 분리를 명령할 수 있는 미국의 금융개혁안을 차용해 우리나라에서도 경제 건전성을 위협하는 금융기관이나 재벌에 계열분리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와 출총제 부활 여부 등을 감안할 때 문 후보의 재벌개혁 방안이 상대적으로 좀 더 진보적이고 안 후보는 좀 더 중도적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부분에서는 안 후보의 정책이 더 강하다. 다만 안 후보 측은 '단계적 추진'이라는 조건을 달아 충격 완화 장치를 두었다.
이 같은 양측의 재벌정책 차이 이면에는 단일화 경쟁을 염두에 둔 지지층 선점 경쟁도 숨어 있기 때문에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논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문 후보 측은 전통적 야권 지지층 선점에 초점을 맞추고 안 후보 측은 진보층뿐 아니라 중도층의 지지까지 의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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