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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한 연애 할래요" 커플통장 만드는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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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한 연애 할래요" 커플통장 만드는 20대

입력
2012.10.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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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데이트) 통장을 이용하면서 관계가 더 자유로워졌어요. 연애할 때 돈을 더 많이 내는 쪽에 주도권이 기우는 일 없이 동등한 연애를 할 수 있거든요." (24세 여대생 장모씨)

통장을 만들어 데이트 비용을 동등하게 부담하는 20대 커플이 늘고 있다. 남성이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어 환영이고, 여성들은 남성이 비용을 대면서 주도권을 쥐는 것에 반기를 들기 때문이다. 이들은 은행에 체크카드 통장을 만들고 매달 거의 반반씩 약속한 금액을 넣어 이 돈으로 데이트 비용을 해결한다.

1주일에 5번, 한 달에 20번 이상 만남을 갖는 박모(23ㆍ여)씨. 1년 전 데이트 통장을 만들기 전까지 한 번 데이트 비용이 3만~4만원, 한 달이면 80만원을 훌쩍 넘겼다. 대부분 같은 학생 신분인 남자친구의 몫이었다. 박씨는 "데이트를 할 때면 남자친구가 자연스럽게 돈을 냈고 서로 말 못할 부담으로 다가왔다"며 "남자친구가 비싼 음식이나 선물을 할 때면 '다음엔 내가 더 비싼 걸 사야 하나' 부담이 되기도 했고, 비싼 돈을 낸 남자친구가 하자는 대로 해야 할 것 같아 분위기가 어색했다"고 말했다.

1년 전 박씨 명의의 체크카드 통장을 만들자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비용 절감이었다. 박씨가 25만원, 남자친구가 30만원씩 한 달에 55만원을 모으자 자연히 비용에 한도가 정해졌다. 돈에 대해 솔직해지자 데이트 분위기도 달라졌다. 겉보기에 근사하고 비싸 보이는 곳만 찾던 것에서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을 통해 저렴하지만 근사한 데이트 코스를 찾는다. 박씨는 "밥 먹고 영화 보고 차 마시는 전형적인 패턴에서 벗어나 공짜로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는 축제나 특가로 나온 식당을 찾다 보니 오히려 관계가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5년간 연애 끝에 지난 5월 결혼한 신모(27ㆍ여)씨는 "2년 전 데이트 통장을 개설했는데, 결혼 후에도 종종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것은 이 통장이 있기 때문"이라며 "10여쌍에게 데이트 통장을 전파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과)는 "전통적으로 남자들은 데이트 자금을 통해 뭔가를 보여주려 하고, 이를 통해 심리적 우위에 서려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으로 남녀평등 사회가 되면서 데이트 비용을 서로 채워주는 분위기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꼭 반반을 부담하는 식으로 기계적인 평등을 추구할 필요는 없지만 통장을 통해 연애 전반을 함께 설계하다 보면 남녀 평등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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