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3시 경기 가평군 자라섬 다목적 대운동장의 무대에 한 남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제9회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의 인재진 총감독. 그는 "총감독이 직접 팀을 소개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그만큼 특별한 공연이 펼쳐질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14명의 연주자들은 10여분간 두 곡의 재즈를 연주했다.
이들은 게임회사 넥슨 직원들로 구성된 밴드 '더 놀자.' 이들의 '특별한' 사연은 지난 7월로 거슬러간다. 넥슨은 당시 사내 교육 프로그램인 '넥슨 포럼'을 기획하며 '재즈연주 배우기' 코너를 포함시켰다. 창의와 상상이 원동력인 게임의 특성상 문화적 감수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재즈를 택한 것은 10여명 이상이 합주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10월에 열리는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에 참가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때마침 페스티벌 측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축제에만 19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국제적인 재즈 행사로 자리잡은 페스티벌에 관객들도 참여시켜보자.' 페스티벌 사상 첫 아마추어 밴드의 공연은 이렇게 성사됐다.
이 때부터 14명의 '무모한 도전'이 시작됐다. 면접을 거쳐 선발된 이들 중 악기를 다뤄 본 사람은 단 3명. 트럼본을 연주한 강경중 대리는 "처음 얘기를 듣고 농담인줄 알았다"고 했다. 교육을 담당한 홍순달 서울솔리스트 재즈오케스트라 단장은 "금관악기는 소리를 내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는 사람도 있다"며 "공연을 하면 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색소폰 파트를 맡은 김미승 대리는 "일주일에 3~4번씩 연습했다"며 "지난달 처음 합주를 할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석 달 후 이들은 정말 무대에 섰다. 다른 공연들에 비해 미숙했지만 "악기를 다루기 시작한 지 석달 된"이들에게 관객들은 어느 팀보다 큰 박수를 보냈다. 밴드 단장인 이홍우 넥슨 법무실장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맛보기 힘든 큰 성취감을 경험했다"며 "앞으로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 등 또 다른 활동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평=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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