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씨는 지난주 화요일(9일) 신용카드로 택시비 4,900원을 결제했고, 그 즉시 결제금액 안내 문자를 받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누적결제금액이 전날(40만2,349원)보다 줄어든 39만9,199원이었다. 잘못된 정보가 날아온 것으로 여겨 콜센터에 전화해 물어보니, 며칠 전 방문했던 맥주집이 10% 할인가맹점인데 할인금액이 나중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누적사용액 알림서비스는 결제 승인 즉시 결제금액을 통보하는 구조이지만, 할인 여부는 가맹점 전표가 카드사로 전달되는 2~3일 후에나 반영된다고 했다.
반대로 자영업자 B씨는 신용카드를 쓰지 않았는데도 누적금액이 갑자기 늘어났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당황한 경험이 있다. 버스 등 교통요금이 건별로 안내되지 않고 합산해서 반영된 것이었다. 모 카드사 관계자는 "교통요금의 경우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마다 메시지가 가는 게 아니라 다음 번 카드 결제 때 누적금액에 한꺼번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초부터 신용카드 과소비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누적사용액 알림서비스가 본격 시행됐지만 카드 사용액 산출기준이 복잡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당월 결제액과 누적사용액이 서로 달라 정확히 얼마를 썼는지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누적사용금액은 기본적으로 일시불ㆍ할부ㆍ현금서비스 이용액 가운데 미결제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즉, 앞으로 카드사에 갚아야 할 총액이 표시되기 때문에 당장 이달 결제해야 할 금액이라든지 당월에 쓴 액수와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예컨대 3개월 할부로 물건을 산 뒤 1회 결제한 상태라면 누적사용금액에는 2개월치 할부이용금액이 모두 포함된다. 이 달 중 큰 지출이 없었더라도 남아있는 할부금이 포함되기 때문에 누적사용금액은 많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실효성 지적이 일자 카드사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월 결제액 등 고객들이 절실히 원하는 정보를 추가하면 좋겠지만, 문자 메시지 발송 때 글자 수가 제한돼 있어 내용을 더 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카드 부정사용을 예방하고 고객의 합리적인 신용카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별도의 신청절차나 추가비용 없이 모든 회원에게 누적사용액 알림서비스를 일괄 제공토록 했다. 현재 삼성, 현대, KB국민 등 6개 카드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신한카드는 22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체크카드와 법인카드 이용고객은 제외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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