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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화물질 든 배낭 메고 보안문 3개 통과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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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화물질 든 배낭 메고 보안문 3개 통과 통과…

입력
2012.10.1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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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대낮에 한국 행정의 심장인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가 뻥 뚫렸다. 14일 은행지점장 출신의 60대 남자가 가짜 공무원증을 들고 청사 안으로 들어가 직원들이 있던 사무실에 불을 지른 뒤 투신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과 청사 경비원이 두 차례에 걸쳐 출입증 검사를 하도록 돼 있지만 소용 없었다. 특히 행정안전부가 6억원을 들여 설치한 전자신분증 인식기는 꺼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부실한 정부청사 출입 관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중앙청사 어떻게 들어갔나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후 1시20분쯤 정부중앙청사 후문을 통해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당시 후문 입구에는 정부중앙청사경비대 소속 의경 2명이 출입자의 신원과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었지만 김씨는 가짜 공무원증을 슬쩍 보여준 뒤 손쉽게 통과했다.

청사 건물 입구에는 출입자와 소지품 등을 확인하는 검색대가 있지만 작동되지 않았다. 청사 관계자는 “검색대는 평소 주말에 운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검은색 배낭 안에 인화성 물질이 든 생수병, 라이터를 갖고도 청사 건물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시 청사 1층 로비에는 전자 신분증 인식기가 있지만 이것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공무원증이나 출입증을 인식해야 문이 열리도록 돼 있는데, 김씨는 경비원에게 가짜 공무원증을 내보인 뒤 통과했다.

청사 관계자는 “주말에는 출입자가 많지 않고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전자 신분증 인식기를 쓰지 않고 경비원이 육안으로 확인한다”고 말했다. 김씨가 들어설 당시 출입구 3개 중 1개는 아예 열려 있었다. 중앙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평일에도 출퇴근 시간이나 식사시간 등 출입자들이 몰릴 때는 문을 열어두고 육안으로 공무원증을 체크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렇게 후문으로 청사에 들어선 후 계단을 통해 18층 교육과학기술부 사무실로 가 불을 지른 뒤 창문으로 뛰어내릴 때까지 20여분 동안 단 한 차례도 제지를 받지 않았다.

우울증ㆍ과대망상증 앓아

김씨는 우울증과 과대망상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으며 정부청사에 들고 간 배낭에서는 신경안정제와 수면제가 발견됐다. 경찰은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할 때 이력서에 자신을 공무원 출신이라고 적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의 집 컴퓨터에서 공무원증을 내려받을 수 있는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을 확인했다.

2001년 은행 퇴직 후 주식투자에 실패하고 부인과 경제적 문제로 자주 다투다 현재 별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는 평소 죽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며 “지난 3일 이혼 문제로 부인과 다투다 폭행해 경찰서에 입건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과부 방화 이유는

김씨는 유서를 남기지 않았지만, 그가 인터넷에 남긴 글에서 방화 이유를 추정해 볼수 있다. 경찰은 김씨의 주민등록번호로 2007년 개설된 블로그를 확인했는데, ‘잡초51(jobcho51)’라는 닉네임으로 기독교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 250여 편의 글이 올라와 있다. 김씨는 지난 7,8월 이곳에 올린 한 글에서 “기독교단체가 교과부에 올린 청원이 받아들여져 교과서에 시조새를 포함한 진화론이 삭제된다고 한다”면서 “광화문에 위치한 정부종합청사 후문출입구에서 1인 시위를 하자”며 교과부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어 “9월 이후에 종합청사가 세종시로 옮겨가기 전에 서둘러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범행을 미리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왜 정부중앙청사와 교과부 사무실을 범행 장소로 택했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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