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문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과거사 아킬레스건' 중 하나이다. 야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장학회를 강탈한 만큼 박 후보가 되돌려놔야 한다"고 공격하고 있고, 박 후보는 "장학회가 이미 공익법인으로 환원됐고, 2005년 이사장에서 물러난 이후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최근 최필립 이사장 등 장학회 이사진이 MBC와 부산일보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헌납이냐 강탈이냐…장학회에 매각 권한 있나
정수장학회는 부산 지역 기업인 고 김지태씨가 1958년 설립한 부일장학회에서 시작됐다. 김씨는 5ㆍ16 쿠데타 이듬해인 1962년 재산 해외도피 등 혐의로 구속됐고, 부일장학회를 국가에 넘기는 조건으로 3개월 만에 풀려났다. 장학회 이름은 이 때 5ㆍ16 장학회로 바뀌었다가 82년 박 전 대통령의 '정'과 육영수 여사의 '수'를 이어 붙인 정수장학회가 됐다.
장학회 측은 장학회가 '헌납'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씨 유족과 야권은 협박에 의한 '강탈'로 규정하고 있다. 김씨 유족 등이 MBC, 부산일보 지분 매각에 반대하는 논리는 "장학회 측엔 강탈된 '장물'을 팔 권한이 없다" 는 것이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7년 과거사정리위는 "장학회가 강제 헌납됐으니 유족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씨 유족은 2010년 장학회 보유 주식 반환 요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올 2월 "강압에 의한 증여는 인정하지만 강압 정도가 김씨의 의사 결정력을 완전히 박탈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에 유족은 항소하면서 부산일보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올 3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고, 본안 소송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장학회가 부산일보 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근혜 후보 '입김' 있나
야권의 화살은 또 박 후보를 향하고 있다. "장학회가 지분을 처분해 부산ㆍ경남에서 복지사업을 하는 등 박 후보를 편법 지원하려 한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장학회 역대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주로 맡았고, 박 후보로부터 이사장직을 물려 받은 최 이사장도 박 전 대통령의 공보비서관 출신이다. 때문에 야권은 "박 후보가 장학회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최 이사장 등 장학회 관계자들이 2004년부터 8년 동안 박 후보에게 4,500만원의 후원금을 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박 후보는 장학회 문제에 대해'불개입'으로 일관하던 태도를 바꿔 지난달 "이사진이 잘 판단해 줬으면 한다"며 최 이사장 등의 자진 사퇴를 사실상 요구했으나, 최 이사장은 즉각 거부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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