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14일 봉변을 당했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열린 이북5도민 체육대회에서 인사를 나누던 중 일부 참석자들로부터 욕설을 들었을 뿐 아니라 물병 세례를 당했다. 문 후보는 다행히 관중석에 있던 참석자가 던진 물병을 피했다. 이 과정에서 한 이북도민은 문 후보를 향해 의자를 던지려다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날 문 후보가 체육대회 현장에 나타나자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빨간색 옷차림의 참석자 20여명은 문 후보를 따라다니며 '친북·종북세력 물러가라' '햇볕정책 폐기하라' '6ㆍ15 광풍, 10ㆍ4 망동'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다. 일부 참석자가 물병을 던졌고, 취재 기자와 당직자가 맞기도 했다. 한 남성은 문 후보에게 다가와 물을 뿌렸고 문 후보의 안경에 물방울이 튀었다.
문 후보는 이런 소란에도 관중석을 돌며 악수를 나누기도 했으나 결국 35분 만에 현장을 빠져 나갔다. 비슷한 시간에 현장을 방문했던 안 후보도 "가라, 이 빨갱이" 등의 야유를 받았다. 반면 이들보다 늦게 도착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환호를 받았다.
선거에 나선 유력 정치인을 겨냥한 폭력은 처음이 아니다. 200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세 중이던 박근혜 후보(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50대 남성으로부터 피습을 당했다. 이에 대한 역풍으로 당시 열린우리당은 일부 우세 지역마저 한나라당에 내주는 등 참패했다.
이날 문 후보를 겨냥한 일부 참석자들의 과격한 행동은 최근 불거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보수적 안보관을 지닌 유권자 입장에선 참여정부의 입장을 계승하는 문 후보와 남북대화 즉각 재개를 강조하는 안 후보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호ㆍ불호는 투표를 통해 밝혀야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고 한다. 특정 대선 후보를 겨냥해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 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김회경 정치부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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