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경기 시흥시 정왕동 다가구 주택이 밀집해있는 일명 '이주민 단지' 골목. 분리배출을 하지 않아 미수거 딱지가 붙은 쓰레기들이 전신주와 골목 구석구석에 나뒹굴고 있었다. 악취를 참지 못한 일부 주민들이 경고판까지 세워놓았지만 쓰레기 더미는 주차장까지 점령했다. 40여일간 수도권매립지에 생활쓰레기를 반입하지 못하면서 이제 이 같은 광경은 일상이 되고 있다.
이는 지난달 3일부터 수도권매립지 골프장 운영권을 두고 환경부와 인천 매립지주민이 마찰을 빚으면서 쓰레기 반입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준법 감시에 나선 수도권매립지 주민들은 땅에 묻어서는 안 되는 음식물쓰레기나 재활용품을 모두 확인해 하나라도 나올 경우 차량을 되돌려 보내고 있다.
결국 생활쓰레기 소각장 시설이 없어 전량 수도권매립지에 의존하는 시흥, 평택시와 서울 관악ㆍ금천ㆍ은평구 등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하루 100톤 정도의 생활쓰레기가 발생하는 시흥시는 지난달 6일부터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고 시설관리공단 그린센터 창고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1,800톤 정도의 쓰레기를 적치할 수 있는 창고도 이미 95% 이상 쓰레기로 가득 찼다. 시흥시는 임시방편으로 주민들에게 쓰레기 분리 배출을 당부하고, 재활용품 등이 발견될 경우 수거를 하지 않는 등의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시흥시처럼 생활쓰레기를 전량 수도권매립지에서 처리해온 평택시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 관악ㆍ금천ㆍ은평구도 수도권매립지 대신 사설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소각하고 있지만 톤당 처리비용이 최고 6배 더 들어 관련 예산이 바닥나기 직전이다. 사설소각장의 처리비용은 톤당 최고 10만2,000원에 이른다. 평택시는 지난달 말부터 인접한 화성광역소각장에서 일부를 소각하면서 한시름 놓았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쓰레기 대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시흥시 관계자는 "현재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쓰레기는 민간폐기물처리업체에게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민간시설은 처리 가격이 10배 가량 비싸 예산이 많지 않은 시흥시 입장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글·사진=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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