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지하상가 중 위치가 A급이면 4평 기준에 권리금 2억원, 월세는 최소 1,000만원 정도는 생각해야 돼요. 최근에는 6평짜리 상가가 월세 1,950만원에 나갔어요."
14일 214개 점포가 입점한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지하상가 인근에 자리한 A부동산 김모씨를 통해 확인한 이곳의 불법 전대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또 인터넷을 통해서도 강남역 지하 상가 임대와 관련된 광고 물건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시 지하상가 관리가 허술해 불법전대가 양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전대'란 임대 받은 점주가 임대료를 높여 재임대하는 것으로 모두 불법 거래다.'서울시 지하도상가 관리조례' 제11조는 '임차인은 임차한 점포를 어떤 경우에도 전대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고 있는 29개 지하도상가의 2,783개 점포 중 상당수는 '불법 전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민기 민주통합당 의원은 "강남역 이외에 고속터미널이나 영등포역 등 상권이 발달한 지역의 경우 상당수 점포에서 불법 전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서울시에 월 200만원을 내고 강남역 지하상가를 빌린 뒤 다른 사람에게 최대 2,000만원을 받고 불법 전대한 사례를 들었다.
이처럼 지하상가에 대한 불법 전대가 성행하는 배경에는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서울시설공단의 임대료 및 보증금이 자리잡고 있다. 시설공단은 현재 5평 기준으로 1,000만∼2,000만원의 보증금에 200만∼250만원 선의 보증금을 받고 있다. 이는 상권이 형성되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상가 보증금과 임대료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프리미엄'이 형성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시설공단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기존 지하상가 상인들의 기득권을 보장해주는 서울시 정책 때문에 생긴 현상으로 이 같은 격차를 줄일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전수조사를 벌여 불법 전대가 의심되는 92개 지하상가 점포를 국세청에 신고한 서울시는 불법 전대 실태에 대한 전면 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11일 국정 감사에서 "취임 이후 불법 전대에 대한 문제제기가 여러 차례 있어 관리나 단속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왔다"며 "(김 의원이 지적한 실태는) 충격적이고 조직과 체계에 문제가 있는 만큼 전면 감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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