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성폭행 등 강력 성범죄자가 아닌 성추행범에 대해서 사상 최초로 화학적 거세 명령을 청구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부장 김현철)는 남자 초등학생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장모(25)씨를 구속기소하고 성충동 약물치료 명령을 청구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 6~7월 강북구, 동대문구에 있는 초등학교 주변에서 등하교하던 남자 초등학생 4명에게 자신의 성기를 보이며 만지게 한 혐의다.
장씨는 검찰 조사에서 "남자 어린이를 보면 성충동 조절이 안 된다"고 진술했으며, 상담 의사는 소아성기호증으로 인한 성욕 과잉장애(성도착증)로 진단했다. 장씨는 경제 사정이 어려워 치료를 받지 못했고, 장씨의 쌍둥이 형제 역시 성범죄를 저질러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장씨에 대해 화학적 거세 명령을 청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7월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일명 화학적 거세법)이 시행된 이후 서울 남부지검과 대전지검이 각각 화학적 거세를 청구한 적이 있으나 모두 상습 성폭행범 등 강력 성범죄자가 대상이었다. 서울북부지검 관계자는 "종전에는 강제추행 혐의로 단순 기소됐을 사건"이라며 "성범죄 처벌에 대한 사회의 기준과 요구가 강화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법원이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이면 장씨는 석방 전 2개월 이내에 치료명령 집행이 개시돼 성호르몬 생성을 억제·감소시키는 약물을 최장 15년까지 투여받게 된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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