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방사능 물질 유출 사고를 일으킨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현장이 한국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지난해 3월 11일 사고가 발생한 지 1년 7개월 만이다. 한국 언론이 찾은 후쿠시마 제1원전은 수소폭발로 건물이 무너져 어수선했으며 한쪽에서는 인체에 치명적인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계속 새어 나와 수습이 요원해 보일 정도였다.
공동취재단이 현장을 찾은 것은 12일이었다. 오전 8시 원전 남쪽 20㎞ 지점의 후쿠시마현 히로노마치(広野町) 제이빌리지에 도착해 방호복, 방독면, 면장갑, 2겹 비닐장갑, 2중 비닐 덧신 등을 착용했다. 방호복 등을 걸친 것만으로도 호흡이 가쁠 정도였지만 원전 운영을 맡고 있는 도쿄전력의 관계자는 "방사성 물질이 묻은 먼지가 체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 방사성 물질이 몸을 투과하는 것은 막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오전 10시 20분 원전 입구에 도착한 공동취재단은 차량 탑승자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는 검문을 거쳐 10시 30분 원전으로 들어갔다. 사고수습본부가 있는 면진동 주변에 사고 당시 원자로를 냉각하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들이는데 사용한 소방차 10여대가 있었다. 도쿄전력 측은 "예비로 두고 있다"고 했지만 일본 언론들은 "(소방차가) 방사능에 피폭돼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고 당시 수소폭발로 붕괴된 원자로 1호기에는 방사성 물질의 확산을 막기 위해 초대형 천막이 둘러져 있었다. 1, 2호기 건물 사이에는 '접근금지'라는 표지판이 있었는데 8, 9월 조사에서 수십 분만 노출돼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시간당 10시버트(Sv)의 방사선량이 측정되자 세운 것이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이곳은 접근조차 하지 못해 현재 방사선량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없다"며 "방사선량이 많은 곳이 있어 작업 진척이 더디다"라고 토로했다.
원전 3호기는 사고 당시 수소폭발로 건물 상부의 철골이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으며 4호기 앞에는 도호쿠(東北) 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떠밀려온 트럭, 승용차, 연료탱크 등이 뒤엉켜 있었다. "왜 치우지 않느냐"는 취재단의 질문에 도쿄전력 관계자는 선량계를 내밀었는데 취재단은 그것을 보고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버스 속이었지만 방사성 오염 수치가 시간당 1,000마이크로시버트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는 도쿄의 1만배가 넘는 고선량이다. 고선량 지역에서는 인부들이 오래 일할 수 없어 작업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 건물 내부는 오염 수치가 이보다 훨씬 높아 진입은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4호기에서는 크레인 3대가 원자로 건물에 보관된 폐연료봉을 꺼내고 있었다. 이곳 역시 수소폭발로 상부가 무너져 내부 보관중인 1,535개의 사용후 폐연료봉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이 공기로 노출되고 있었다. 도쿄전력은 폐연료봉 제거 작업을 내년에 본격화할 것으로 보지만 그 사이 초대형 지진이 발생하면 건물이 무너질 수 있어 불안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사용하는 냉각수 중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20만톤의 처리도 난항을 겪고 있다. 도쿄전력은 다핵종 제거 정수시설이 연내 완공되면 오염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염수 증가를 막기 위해 인근 야산에 깊이 20~25m의 우물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주민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해 이 역시 진척이 쉽지 않다.
다카하시 다카시 후쿠시마 제1원전 소장은 "인부 3,000여명의 안전을 확보하고 방사성 물질 방출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병행하다 보니 작업이 느리다"고 말했다.
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후쿠시마원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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