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를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책 한 권을 받았다. 란 제목의 160쪽짜리 요리책이었다. 자신이 직접 기획과 집필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평소 요리에 관심도 없고, 젬병인 사람이 무슨 소리인가 싶어 펼쳐보니 정말이었다. 그는 팔려고 낸 것이 아니라 그냥 기념 삼아 몇몇이 나누어 가지려고 낸 책이어서 읽을 필요도 없다며 쑥스러워했지만, 노년 남성들을 위한 간단하면서도 다양한 50가지 요리법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 2년 전, 이화여대 글로벌식품영양연구소에서 남자 16명이 토요일이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실습에 나섰다. 8주 과정의'골드쿡(Gold Cook)' 참가자들이었다. 모두 55세 이상으로 그들 중에는 공직에서 은퇴해 멀리 전남 여수에 사는 이도 있었다. 무슨 대단한 요리를 배우자는 것도 아니었다. 재료와 양념과 조리기구만 알고 몇 가지 순서만 기억하면 그야말로 삼척동자도 만들 수 있다는 국, 찌개, 볶음, 구이, 조림 등이었다. 심지어 "이게 무슨 요리?"라며 웃을 콩나물라면도 있었다.
■ 그들에게는 이런 간단한 요리조차 쉽지 않았다. 당연하다. 평생 아내가 해주는 음식을 먹기만 했으니. 재료를 고르는 법, 손질할 줄 모르는 것은 예사였다. 자를 가지고 크기를 재면서 칼질을 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그들은 서투르지만 스스로 요리를 하고, 그것을 먹으면서 또 하나의 즐거움을 만났고, 다가올 노년의 건강한 삶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는 그들의 이런 행복한 경험과 노하우를 명쾌하게 정리했다.
■ 고령화 사회, 100세 시대를 맞아 남자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것으로 요리를 꼽는다. 스스로 제철에 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지 못하면 건강한 삶 자체가 불가능하다. 무작정 아내에게 의존만 할 수도 없다. 그랬다가 혼자 남으면 인스턴트 음식만 사먹다 영양실조로 죽기 십상이다. 요즘 일본의 보건소들이 노년 남성을 위한 요리교실에 적극적인 이유다. 중년 남성들이여! 지금부터라도 일요일 한 끼는 간단한 요리를 직접 해서 가족과 함께 먹는 연습하기를.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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