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공간 어디에서나 마치 스피커가 놓여 있는 것처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특히 최근 인기를 끄는 3차원(3D) 입체영상과 함께 쓰면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김양한ㆍ최정우 교수는 3차원 공간에 가상 스피커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사운드 볼 시스템'을 최근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관련 분야의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최신호에 게재됐다.
사운드 볼 시스템은 여러 개의 음파 발생 장치를 이용해 원하는 위치에 음향에너지를 집중시켜 소리를 낸다. 허공에 눈에 보이지 않는 '스피커(사운드 볼)'를 만드는 셈이다.
이 시스템이 설치된 장소에선 어디든 원하는 위치에 사운드 볼을 만들 수 있고, 동시에 여러 개의 사운드 볼을 만들 수 있다. 사운드 볼 위치는 자유롭게 바꿀 수 있고, 볼륨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한층 현실감 있는 소리를 구현할 수 있다. 예컨대 3D TV로 비행기가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있을 때, 사운드 볼이 비행기 소리를 내며 머리 위로 날아가게 만들 수 있다. 현재 쓰이고 있는 입체음향은 단순히 여러 대의 스피커를 설치해 소리가 나게 만든 정도다.
이 시스템은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사운드 볼을 여러 개 이용하면 다양한 소리를 개별적으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등 오케스트라의 여러 악기 소리를 구분해 무대 배치 형태대로 사운드 볼을 만들면 콘서트홀에서 듣는 오케스트라 소리를 집 안에서 똑같이 느낄 수 있다. 자동차에서는 좌석별로 내비게이션, 음악, TV 소리 등을 따로 전달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2002년 연구를 가다듬어 음향 제어 분야의 새로운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영화관뿐만 아니라 가정, 공공장소 등에서 새로운 3차원 사운드 기술의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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