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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10월 15일] 국방장관 편지를 기억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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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10월 15일] 국방장관 편지를 기억하는 이유

입력
2012.10.1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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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파문을 일으켰던 이상희 당시 국방장관의 청와대 항의 편지 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다. "지난해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한국의 낮은 국방비 투자를 거론하면서 한국이 한미동맹관계에 무임승차하려 한다며 간접적인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2006년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4%선을 국방비에 투자하지만 현실적인 안보위협이 있는 한국은 2.7%만 투자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당시 한국 언론은 항의 편지의 배경인 국방장관과 차관의 갈등을 갑론을박하느라 이 내용의 함의를 다루지 못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내용을 기억해낸 것은 최근 미국에서 두 가지 일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먼저 밋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8일 버지니아주 렉싱턴 군사학교에서 발표한 외교정책이다. 그는 3주 가량 남은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율에서 압도하자 롬니 독트린 몇 가지를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에 럼스펠드와 게이츠 전 국방장관의 논리와 매우 유사한 내용이 들어있다. 연설에서 롬니 후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GDP 대비 2% 수준의 국방비를 유지한다는 NATO의 목표를 지키라고 요구하겠다고 했다. 28개 NATO 회원국의 국방비 목표치는 지미 카터 정부 때 GDP의 3%에서 냉전해체 이후 2%로 하향조정됐지만 그나마 이를 지키는 나라는 2개국에 불과하다. 유럽의 경제위기를 모를 리 없는 롬니 후보가 나머지 26개국에게도 목표를 지키라고 요구하겠다는 것은 재정적자, 국방비 삭감으로 다급해진 미국의 처지를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스스로 위협에 대처하라고 세계에 주문한 셈이다. 롬니 후보가 아니라도, 미국이 NATO 동맹국에 비해 안보수요가 많고 경제도 상대적으로 건실한 한국에 NATO 회원국 이상의 요구를 하리라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이상희 전 장관 편지 내용을 다시 떠올린 두번째 계기는 보다 구체적이다. 미국은 무장 수준이 초보적인 테러리스트와 10년 동안 싸우며 1조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제 그 전쟁의 종식을 앞두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투입한 무기와 장비의 처리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게다가 국방부가 필요 없다고 판단한 장비를 의원들은 국가 안보를 위해 계속 생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M-1 에이브럼스 전차가 대표적인데 얼마 전 민주, 공화 양당 의원 173명은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전차 생산 중단이 국가 경제를 위협하고 전차의 해외 수출이 이전보다 훨씬 유력해졌기 때문에 생산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이 전차 생산을 원하는 것은 지역구의 경제적 이해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안보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전차가 야전에 이미 충분히 배치돼 있다며 네바다주 리노 주변 사막에 2,000대 넘게 서있는 전차의 개ㆍ보수마저 반대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의원들의 요구대로 미군에 필요 없는 전차를 계속 생산하려면 결국 수출을 하는 수밖에 없다. 애슈턴 카터 국방부 부장관이 최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회귀) 전략을 국방 측면에서 설명하며 군사 장비의 아태지역 이전배치를 공개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미국이 전차를 포함한 무기 판매 리스트를 들고 동맹국과 동반자 국가 등을 상대로 세일즈에 나섰다는 전언 역시 테러와의 전쟁 종식과 무관치 않다. 대선에서 롬니, 오바마 두 사람 중 누가 당선되든 무기 확보를 뜻하는 국방비 증액 압력이 높아질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 럼스펠드와 게이츠 전 장관의 주장과 같은 안보무임승차 논란이 벌어진다면 한국의 부담은 어느 때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25일 워싱턴에서 개막하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가 주목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태규 워싱턴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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