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출신 60대 남자가 휴일 대낮에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 들어가 불을 지르고 투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자는 가짜 신분증을 보여주고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은 채 정부청사에 출입한 것으로 밝혀져 정부청사 보안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오후 1시32분쯤 김모(61)씨가 정부중앙청사 18층 교육과학기술부 1808호 교육정보기획과 사무실에 침입해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지른 뒤 건물 밖으로 투신했다. 김씨는 곧바로 인근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김씨가 던진 화염병으로 발화한 불은 교과부 사무실 책상과 프린터, 서류 등 집기를 태운 뒤 교과부 직원에 의해 7분 만에 꺼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건을 목격한 교과부 직원은 경찰 조사에서 "모르는 얼굴의 남자가 갑자기 들어와 화염병을 던졌다"며 "창문 틀에 앉더니 화분을 집어던져 유리창을 깼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사무실에 있던 직원 2명을 향해 "여러분 다 죽는다"고 소리를 지른 뒤 창 밖으로 투신했다. 목격자들은 경찰에서 "김씨가 정장 차림으로 옛 공무원 출입증과 비슷한 신분증을 목에 걸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한일은행에 다니다 IMF사태 직후 명예퇴직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주식투자로 큰 손해를 본 뒤 우울증을 앓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아들(30)은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이런 일을 저지를 만큼은 아니었다"며 "왜 정부중앙청사로, 그것도 교과부 사무실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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