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던 김모(42)씨는 작년 말 회사 부도로 뜻하지 않은 실직자가 되면서 카드론에 손대기 시작했다. 직장을 구하는 동안 아내 모르게 생활비를 카드론으로 충당키로 한 것이다. 김씨는 8개의 신용카드로 돌려 막기를 하면서 카드론을 받는 생활을 지속했다. 하지만 직장은 쉽게 구해지지 않았고, 결국 신용카드사와 캐피털사에서 빌린 3,110만원(원금)을 전혀 갚지 못했다. 그는 할 수 없이 지난달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가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해 채무원금 일부를 감면 받았다.
최근 3년간 신용카드사 대출자 50만명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이 14일 정호준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비씨·신한·삼성·현대·롯데·하나SK·KB국민 등 7개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론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된 대출자는 48만8,316명, 연체된 카드대출 금액은 2조5,123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카드론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은 17만6,000명으로, 2010년보다 29.2%(4만명)나 급증했다. 연체자들이 카드사에 갚지 못한 금액은 1인당 514만원이었다.
금융당국은 올 들어 경기 침체 가속화로 카드대출 연체율이 상승세인 점을 감안하면 신용불량자 규모는 이미 50만명(연체액 3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론 연체자는 은행 등 다른 금융권 연체도 있어 재산이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카드론을 갚지 못해 재산을 경매로 넘긴 사람은 2009년 478명(63억원), 2010년 454명(70억원)에서 지난해엔 645명(1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저신용자가 주로 쓰는 카드대출 연체율은 현금서비스가 2010년 말 2.50%에서 올해 6월 말 3.20%로 치솟았고, 카드론 연체율도 2.28%에서 2.59%로 올랐다. '약탈적 대출'이라는 지적을 받은 대출성 리볼빙(대출금의 일부만 갚고 나머지는 상환을 연장하는 것) 연체율도 2.23%에서 2.70%로 높아졌다. 상대적으로 재정 상태가 안정적인 회원이 많이 이용하는 일시불 결제 연체율이 이 기간 0.71%에서 0.72%로 거의 달라지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 의원은 "시장점유율이 약 30%인 은행계 카드사의 신용불량자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저신용자들의 카드대출 연체 탓에 가계부채 문제가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고용 여건을 개선하고 카드대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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