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어체에 문법 규칙을 들이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어 문법은 본래 라틴어 시대의 식자층이 주장하던 법칙을 영어에 적용한 것이고, 영국이 식민지 영어 교육용으로 규칙처럼 강조하던 것이다. 구어체는 표현 방식도 다르고 어휘와 문장의 구성도 문장체와는 다르다. 문장체의 규칙을 구어체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해석이 그래서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학문적 움직임은 그나마 1990년대 들어서면서 시작된 것으로 비교적 최근이다.
가령 'I wonder whether I forgot to turn off the heater'라는 문장을 보면 'whether'가 혼자 쓰였다. 흔히 'whether or not'을 쓰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문법적 오류(grammar error)'가 아니라 '사용(usage)'의 문제로 간주된다. 'Usage'는 통용되는 용례이므로 오류나 남용 여지가 있는 반면, 문법은 기능과 규범을 말한다.
따라서 접속사 'whether' 가 'or not'을 수반하는지의 여부는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의 문제가 아닌 취향과 선호도 문제로 취급된다. 예를 들어 교수가 강의 시간에 'whether or not'을 과용하는 경우는 강조를 위한 습관의 문제다. 일부에서는 'We need to leave for the airport in five minutes whether you've found your wallet or not'에서 처럼 'whether or not'이 'regardless of whether', 'regardless of the outcome'처럼 '~이든 아니든'의 뜻으로 쓰이기 때문에 '~인지 아닌지'의 'whether'와는 전혀 다른 의미라고 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구어체에서 이러한 미묘한 차이를 근거로 한 문장의 오류 여부를 단언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다만 'whether or not'을 사용하여 오해의 소지를 남기는 것보다는 단순하게 'whether'를 사용하는 게 더 안전하고 쉽다. 오류의 범주는 아니지만 그 여지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여기에 'whether'와 'if'의 구별만 하면 끝이다. 'Let me know if you'll be coming'에서 처럼 '~온다면'의 조건에는 'If'접속사를 쓰고, 'Let me know whether you'll be coming'에서 처럼 '가능성'을 말할 때에는 'whether'가 적격이다. 영어를 사용할 때 오류는 당연히 없어야 좋고 남용과 오용은 줄일수록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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