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주부 이모씨는 지난해 6월 한 유력 언론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최대 90% 할인된 가격으로 생활 가전을 판다'는 내용의 H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홍보 기사를 보고 전자제품 290만원어치를 구입했다.
이 기사의 제목에는 H쇼핑몰이 해당 언론사가 뽑은 올해의 브랜드 대상 업체라는 홍보문구도 붙어있었다. 그러나 이씨는 결국 물건을 받지 못하고 돈을 날렸다. H쇼핑몰은 사기꾼 일당이 운영하던 유령업체였기 때문이다. 이씨와 같은 피해자만 수백명에 달했고, 그 중 100여명이 H쇼핑몰 광고성 기사를 홈페이지에 올렸던 언론사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노만경)는 이씨 등 105명이 해당 언론사 등 4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3,3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씨 등은 지난해 6,7월 H쇼핑몰에 대한 광고성 기사를 보고 1억1,000여만원 상당의 전자제품 등을 구입했다가 물품 배송도 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기사형 광고'를 작성자로부터 전달받아 그대로 게재할 때는 그것이 광고임을 명백히 표시해 독자로 하여금 신중하게 거래하도록 배려할 의무가 있다"며 "이를 위반해 독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에는 '보도기사'를 게재해 피해를 입힌 경우와 동일한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독자들이 더 세심하게 기사 내용을 봤다면 기사의 목적이 단순히 객관적 진실을 밝히거나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닌, 특정 업체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성됐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고들의 배상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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