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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도서관, 왁자지껄 소통의 캠핑장 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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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도서관, 왁자지껄 소통의 캠핑장 된 날

입력
2012.10.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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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학 자연과학캠퍼스의 중앙도서관. 전공 서적이나 토익 수험서를 탐독하는 학생들로 가득한 열람실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기만 하다. 중간고사를 앞둔 때여서 책장을 넘기기도 조심스러울 만큼 적막한 이곳이 한 순간 왁자지껄해졌다. 도서관 여기 저기에서 '청춘', '고민'이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균관대는 진로와 가치관 문제 등으로 고민하는 재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이날 하루쯤 도서관에서 캠핑을 하며 책을 소재로 얘기하고 자연스럽게 각자의 외로움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하는'독서힐링 캠프'를 마련했다. 1박2일 동안 진행된 이번 행사를 위해 도서관 2층 로비에는 20개의 텐트까지 설치됐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가 지상과제처럼 돼 버린 요즘 대학생들에게 도서관은 그리 정겨운 공간이 아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달랐다. 방송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을 본 딴 게임이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도서관 여기저기를 어린아이처럼 뛰어다녔다. 양진아(21ㆍ신소재과 3)씨는 "한 후배가 날 보더니 도서관에서 이렇게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한다"며 웃음을 보였다.

참가자 대부분은 이날 처음 만난 사이지만, '내 인생 최고의 책',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등을 서로 소개하며 책을 소재로 자신의 깊은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종찬(19ㆍ자연과학 1)씨는 신경숙 작가의 를 추천하며 자신의 고민을 토로했다. "어제 어머니가 뇌종양 판정을 받았습니다. 소설은 비극으로 끝나지만 현실은 희극으로 만들고 싶어요. 수술이 잘못될 경우 어머니에게 청각장애가 올 수도 있어서 수화공부도 미리 시작할 생각입니다."

부모ㆍ가족에 대한 걱정과 취업 등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 등은 참가자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천민혁(25ㆍ전자전기공학과 4)씨는 "모 대기업에서 인턴을 했는데 채용전환을 안 해 줘 부모님도 나도 충격을 많이 받았다"며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다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다"고 말했다. 박현정(23ㆍ동양철학과4)씨는 "법대를 다니다 자퇴한 뒤 다시 철학으로 전공을 바꿨다"며 "그러나 요즘 철학을 아무리 열심히 해 봤자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말했다. 혜민 스님의 을 추천한 이지은(22ㆍ전자전기 4)씨는 "문득 힘이 들 때면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게 된다"며 "돈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다수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눈다고 고민이 해결 되는 건 아니지만 마음이 한 결 가벼워 진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철 성균관대 학술정보관장은 "학생들이 하루쯤 도서관에서 캠핑하며 편히 쉬다 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방송 '책 읽는 라디오' 최동민 PD는 "도서관이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을 준비하는 공간만이 아닌 고민과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걸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수원=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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