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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은행 무인점포 비중 세계 최고… 소외받는 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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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은행 무인점포 비중 세계 최고… 소외받는 약자

입력
2012.10.1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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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권의 금융서비스망 중 무인점포가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유인점포 수가 적은데다, 그나마 부유층 동네에 몰려 있어 전자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사회적 약자들이 금융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펴낸 '금융접근성조사(FASㆍFinancial Access Survey)' 보고서에서 소비자가 은행직원과 얼굴을 맞대고 상담하는 대면(對面) 금융서비스 대비 비대면(非對面) 서비스의 비율이 가장 큰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무인점포인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직원이 배치된 은행 점포의 수가 심각하게 균형을 잃었다는 뜻이다.

실제 2010년 기준 성인 10만명당 국내 ATM 보급대수는 270대로 154개 조사대상국 중 1위였다. 반면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은행 점포 수는 69위(성인 10만명당 18.5개)에 그쳤다. ATM과 은행 점포 수가 14배나 차이 난다.

정보통신(IT) 기술의 발달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ATM 보급이 확대되는 추세이긴 하나 선진국에선 무인점포와 유인점포의 비중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프랑스(ATM 106.2대, 은행 41.6개), 영국(ATM 122.8대, 은행 24.9개), 일본(ATM 131대, 은행 34개) 등의 경우 ATM과 은행 점포 수 차이가 최대 5배를 넘지 않는다.

국내 금융권에서 무인점포 비중이 이처럼 높은 건 은행들이 인건비 절감을 통한 수익극대화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전국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중소 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키운 은행들이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지점 수를 줄이는 대신, ATM을 많이 설치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은행원의 도움이 절실한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많은 서민동네에서 집중적으로 유인점포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서울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 등 부유층 동네에 은행 지점이 몰려 지역 간 금융접근성에서 심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농협 등 17개 은행이 서울에서 총 2,600개 유인점포를 운영 중인데, 그 중 가장 많은 수가 강남구(395개)에 자리잡았다. 반면 그 수가 제일 적은 강북구(37개)는 강남구의 9% 수준에 그쳤다. 인구수를 고려한 은행 점포 수도 격차가 상당했다. 인구 만명당 유인점포 수는 강남구와 서초구가 각각 6.94개, 5.48개인 반면, 강북구는 1.06개, 중랑구는 0.89개에 불과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은행 점포 수가 적은 곳에 사는 소비자는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금융의 사회적 책임이 "시중은행이 골목 은행을 점차 없애는 것은 서민금융 지원 등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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