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승부가 두 번이나 됐을 만큼 박진감 넘치는 승부이기도 했지만, 뒤집어 보면 두 팀 모두 긴장한 탓인지 쉽게 갈 수 있는 경기를 그르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두산은 투수 교체 타이밍이 시리즈 내내 아쉬웠다. 4차전에서야 등판한 마무리 프록터의 상태가 좋지 않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아꼈다는 생각이 든다. 프록터 외에 나머지도 큰 경기, 박빙 승부에서 경험이 없는 투수들이 많아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부족해 보였다. 타자들은 두 팀 모두 희생번트와 진루타 등 기본적인 작전 수행 능력이 많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정규시즌 막판 바닥을 쳤던 4위 롯데가 3위 두산을 물리친 원동력은 집중력에서 두산을 앞섰기 때문이다. 1차전과 2차전에서 결정적인 순간 박준서와 용덕한의 홈런이 터졌고, 4차전에서도 경기 내내 끌려가다가 8회 상대 불펜 투수들의 난조를 틈타 찬스를 놓치지 않고 동점까지 만들어낸 응집력이 돋보였다. 롯데는 2008년부터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지난해에는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가을 무대에서 최근 다섯 번째 도전 만에야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이제 롯데는 정규시즌 2위 SK와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벌이게 됐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투수층이 두껍고 충분한 휴식까지 취한 SK의 우위가 점쳐진다. 하지만 한 번 분위기를 잡으면 무서운 상승세를 타는 롯데의 팀 컬러도 무시할 수 없다. 준플레이오프 이상 재미있는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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