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가 누구의 땅인가의 문제는 수 십 년 동안 쌓인 한일 양국의 감정과 관련된 사안입니다. 한일 양국이 해결해야 합니다."
대법원이 주최한 국제법률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해럴드 홍주 고(58) 미국 국무부 법률고문은 12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 예일대 로스쿨 교수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참모이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법률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미 국무성 대표 변호사로, 국제형사사법재판소에서 미국을 변론하는 변호사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국제관계와 국제법 전문가로 통한다.
고 고문은 이날 한일 양국이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독도 문제는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나라는 가장 가까운 동맹국일 수 있으며, 이런 측면에서 독도를 포함한 경제나 안보 등의 문제를 현명하게 협력을 통해 해결해나가는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제사법재판소에 독도 문제를 끌고 가는 등 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일본의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는 4월 베이징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해 국제적인 이슈의 중심에 섰던 중국의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 사건 해결에도 깊숙이 간여했다. 천씨의 신병 처리를 놓고 중국과 미국이 첨예한 외교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그는 두 나라의 갈등을 원만하게 중재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고문은 "중국이 천씨의 미국행을 허용했지만 결론이 내려진 건 아니다"며 "최근에도 천씨와 관련해 베이징에 다녀왔다"고 전했다. 천씨 사건은 '진행형'이라는 뜻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고 고문은 성공한 한인 2세대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부친인 고 고광림 박사는 주미 한국대사관의 특명전권공사로 근무 했으며, 어머니 전혜성 박사 역시 예일대 법대의 한국인 첫 번째 교수 기록을 남겼다. 형은 미 보건부 차관보로 일하고 있으며 여섯 형제자매 중 세 명이 대학학장 출신이다.
그는 "국제법을 다루다 보니 전 세계 이슈를 다 봐야 해 사실상 24시간을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11일 한국땅을 밟은 고 고문은 다음날 언론 인터뷰 직전 대법원 국제법률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으며, 이명박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한 후 오후엔 서울고법 대강당에서 판사들을 대상으로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법적 기준'을 주제로 강연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지금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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