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만능줄기(iPS)세포를 이용, 인간을 대상으로 한 세계 최초의 임상실험에 성공했다는 미국 하버드대 소속 일본인 연구원 모리구치 히사시(森口尚史)의 발표(본보 12일자 14면 보도)에 신빙성을 제기하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는 11일 긴급성명을 통해 "하버드대와 제휴병원인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은 모리구치에 어떠한 연구도 승인한 적이 없다"며 "모리구치는 1999~2000년 MGH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나 지금은 아무 관계도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대학 측은 "모리구치가 주장하는 수술이 병원 윤리위원회에 신청된 사실이 없으며 수술이 실시된 기록도 없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앞서 11일 "하버드대 객원연구원인 모리구치가 세계 최초로 iPS 세포로 만든 심근세포를 중증 심부전 환자 6명에 이식하는 수술을 해 성공했다"며 "수술 당시 하버드대 윤리위원회의 잠정 승인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가 2007년 개발한 iPS 세포를 인간에 적용한 첫 사례로,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하버드대가 모리구치와의 관련을 전면 부인하면서 파문이 크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학계는 iPS 세포를 개발한 야마나카 교수의 연구가 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반해 모리구치가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에 의문을 품고 있다.
도쿄대 관계자는 "모리구치는 치의대 간호학과 출신으로 의사면허가 없다"며 수술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NHK방송은 "이번 연구의 공동 연구자로 소개된 인물은 모리구치와 5년 이상 만나지 않았고 모리구치가 iPS 세포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모리구치는 11일 자신의 연구 성과를 록펠러대에서 열린 트랜스내셔널 줄기세포학회에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주최 측이 "의혹이 있다"며 모리구치의 연구발표 포스터를 철거했다. 이 내용을 단독 보도한 요미우리 신문은 "모리구치가 발표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진위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인터넷에서 관련 기사를 모두 삭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모리구치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하버드대에 적을 두고 있으며 수술도 했다"면서 "나는 의사자격증은 없지만 의사의 지시에 따라 수술을 한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하버드대가 왜 이제 와서 이를 부인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해 진실 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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