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오바마보다 더 잘했다.'
미국 부통령 후보 TV토론회가 11일 밤 켄터키주 댄빌 센터대학에서 90분간 진행됐다. 민주당 조 바이든(69) 부통령과 폴 라이언(42)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역대 최고로 평가될 만큼 밀고 당기는 접전을 벌였다. 미 언론들은 조금씩 엇갈리는 분석을 하면서도 대체로 바이든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바이든이 말실수 없이 예상보다 선전했고 라이언은 기대했던 '서프라이즈'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1차 TV토론회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밋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 완패한 이후 거세진 공화당 바람이 차단될지 아니면 확산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오바마ㆍ롬니 아바타의 전투
스물일곱살 차이의 바이든과 라이언은 리비아 사태, 감세, 건강보험, 국방비 문제 등을 놓고 경륜과 패기의 공방을 했다. 라이언이 바이든의 고향 실업률이 4년 전 8.5%에서 현재 10%로 치솟았다고 포문을 연 뒤 외교관 4명이 숨진 리비아 사태로 맹공을 퍼부었다. 그가 "정부가 유튜브보다 2주 늦게 테러란 걸 파악했다"며 오바마의 외교정책이 '엉망'이라고 공격하는 장면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라이언이 이란의 핵무기 5개 보유를 주장하며 오바마의 무능을 질타하자 바이든은 "허튼소리"라며 "전쟁을 원하느냐"고 되받아쳤다. 경제 이슈에선 예상과 달리 바이든이 공세에 나섰다. 그는 롬니의 '47% 발언'을 언급하며 "롬니가 부자만을 살릴 것"이라고 중산층을 겨냥했다. 라이언은 오바마의 경기부양책과 관련해 정실 자본주의 등을 거론했으나 국방비 삭감, 롬니의 조세 인하 문제를 설명하는 데서는 애를 먹었다. 사회자인 abc방송의 마사 라다츠는 '또 다른 산수 문제'라며 롬니-라이언 팀에 추가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바이든의 말 끊기 전략
이날 주목 받은 것은 바이든의 말 끊기와 몸짓 언어였다. 바이든은 수시로 라이언의 발언을 막고 반격했는데 이는 공화당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기 위한 전략으로 알려졌다. 라이언이 "당신이 오바마가 잃은 것을 회복하려 압박을 받는 걸 안다"고 힐난했으나 바이든은 굴하지 않았다. 라이언은 이런 바이든을 쳐다보며 두 잔 이상 물잔을 비웠다. 바이든은 TV의 절반이 계속 자신을 비춘다는 사실을 십분 이용, 라이언 발언 때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거나 조롱하듯 웃는 '보디 랭귀지'를 했다. 또 '허튼소리' '근거 없는 말' '잡동사니'란 말로 라이언의 발언을 일축했다. 3일 토론에서 롬니가 오바마에게 했던 방식을 바이든이 라이언에게 구사한 것이다.
엇갈리는 승자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이 토론을 지배했다"고 평가했고 온라인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바이든이 해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뉴욕타임스와 폭스뉴스는 따로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토론회 직후 실시된 CBS방송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잘했다'는 응답이 50%로 라이언의 31%보다 훨씬 많았으나 CNN방송 조사에서는 라이언(48%)이 바이든(44%)에 승리한 것으로 나왔다. 오바마 선거캠프는 바이든이 의기소침해 있던 민주당에는 활기를 불어넣은 것으로, 롬니 측은 라이언이 부동층을 움직일 것으로 각각 기대하고 있다. 오바마와 롬니의 2차 TV토론은 16일 뉴욕에서 열린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