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나라다(2011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민중의 비참한 삶을 보다 못해 안락한 삶을 버리고 절대왕정 타도를 위해 공산당원의 길을 택한 인물. 2008년 5월 237년간 이어온 절대왕정 시대를 끝내고 공화정이 들어선 네팔에서 초대 총리에 오른 사람. 네팔 마오이스트(중국 공산당의 아버지 마오쩌둥(毛澤東) 이념을 추종하는 공산주의자들)의 리더인 프라찬다(58ㆍ사진)다. 이제는 그의 독특한 삶에 또 다른 이력을 하나 추가해야 한다.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 등 세계 10대 봉우리 중 8개가 위치한 네팔의 새로운 트레킹 코스를 개발하고 안내 책자를 만든 관광사업가다.
프라찬다가 최근 펴낸 은 제목 그대로 산악지대를 며칠 또는 몇 주에 걸쳐 걷는 트레킹 코스 등을 소개한 책이다. 자신을 비롯한 마오이스트들이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기 위해 게릴라 활동을 하던 당시 사용하던 산악 길과 요새 등을 2주와 4주간의 트레킹 관광코스로 각각 개발했다.
프라찬다는 게릴라 활동기간 동안 네팔 서부지역에서 정부군을 따돌리고 동시에 기습공격 하기 위해 수천 호의 참호를 파고 산중 깊숙한 보급로 등을 거미줄 같이 연결했다. 당시 사용된 참호와 보급로들이 자연상태 그대로 트레킹 코스가 됐다. 네팔 천혜의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관광상품이 탄생한 것이다.
그는 BBC방송 인터뷰에서 “2008년 네팔에 공화정이 들어서기 전 10여년(1998~2007년)의 내전에서 마오이스트 1만 6,000여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그는 “트레킹 관광으로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해 네팔의 빈곤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게 목숨까지 바치며 나와 뜻을 같이 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라고 했다. 얼핏 보면 과거 마오이스트로서의 모습은 버린 채 사업가로 변신한 것처럼 보이지만 옛 동지들에 대한 의리와 사랑은 마음 한 켠에 여전히 꿈틀대고 있다.
프라찬다는 국방장관 해임을 둘러싼 대통령과의 갈등 등으로 총리 취임 10개월 만인 2009년 3월 초대 총리직에서 물러났지만 아직 네팔 공산당 직책들은 유지하고 있다. 공화정을 선포한 지 4년이 넘도록 아직 공포를 못하고 있는 초대 헌법과 토지개혁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네팔 정세를 안정시키는 것은 관광객 증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는 “지난해 네팔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75만명은 대부분 에베레스트 등 유명 관광지를 찾았지만, 이 중 3분의 1은 트레킹도 함께 즐겼다”며 “정세가 안정된다면 트레킹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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