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를 준비할 즈음이면 어김없이 '딸랑딸랑' 종을 흔드는 두부장수 아저씨가 있다. 그날그날 손으로 만든 따뜻한 두부를 가지고 다니는데, 특히 천연간수로 만들었다는 것을 힘주어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먹어보면 다른 두부보다 더 고소한 맛이 느껴지긴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간수를 그대로 두부 응고제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아마도 그 배경에는 간수가 부산물이라는 것과 불순물 등이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을 것이다.
일본은 1971년에 간수가 든 소금은 나쁜 소금이고 염화나트륨의 순도가 높은 소금일수록 좋은 소금이라는 개념으로 '염업근대화조치법'을 시행했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한국산업표준(KS)의 천일염품질기준을 살펴보면 염화나트륨의 순도가 높을수록 1급 천일염이고 간수의 주성분인 마그네슘과 황산이온이 많을수록 3급 천일염으로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에서는 '니가리' 건강열풍이 일고 있다. '니가리'는 간수의 일본어로 다이어트, 아토피, 변비, 기미, 주근깨, 알레르기, 편두통, 혈당강하 등에 효험이 있고, 암의 예방이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여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인식하고 있다. 목욕물에도 넣고, 몸에도 바르고, 물에도 타서 마시고 심지어 밥을 지을 때도 간수를 넣어먹는다고 한다.
이처럼 간수가 현대인의 각종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은 인간의 미네랄 섭취와 연관이 있다고 본다. 식물이 함유하고 있는 미네랄의 일부는 과거와 달리 부족하게 되고 이로 인해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먹는 물 또한 정수기가 보편화되면서 인간에게 필요한 일부 미네랄이 부족하거나 균형을 잃은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따라서 이것이 발단이 된 각종 질환은 간수라는 새로운 미네랄 공급원에 의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간수란 일반적으로 천일염을 생산해 소금창고에 보관하거나 또는 포대에 담아 둘 때 조해작용에 의해 저절로 흘러나오는 물을 말하며, 매우 쓴맛을 가지고 있어 고즙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일반적 의미의 간수 외에도 염전의 결정지에서 천일염을 생산하고 남은 모액도 간수에 해당되며, 또한 천일염 산지종합처리장이나 가공공장에서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천일염을 탈수하는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이처럼 천일염의 생산, 저장, 가공 중에 발생하는 간수의 양은 매년 10만 톤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바닷물 속에는 80여 종류의 다양한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다. 이러한 수용성미네랄은 바닷물을 농축하면서 염화나트륨이 주성분인 천일염이 만들어지고 염화마그네슘과 황산마그네슘이 주성분인 간수가 얻어진다. 우리의 천일염이 다른 나라의 천일염에 비해 대표 미네랄인 마그네슘과 칼륨이 3배 이상 함유되어 세계화의 근거가 되었다면, 간수는 이러한 천일염에 비해 3배 이상의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식품산업은 물론 소재산업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하겠다.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약 87%를 차지하는 전남도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갯벌 천일염의 주산지이다. 전남도와 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천일염의 영양학적 우수성과 식품위생학적 안전성을 밝혀 2007년 '천일염 산업화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2008년 3월엔 천일염을 광물에서 식품으로 전환하는데 일조해 세계화의 초석을 다져가고 있다.
정부차원에서도 소금 관련 업무가 지식경제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된 이후 각종 육성정책이 추진돼 왔으며 11월 '소금산업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한 상태이다. 하지만 주로 천일염 등 소금관련 내용이고 간수의 산업화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이의 보완이 요구된다.
필자는 간수의 사용을 과거의 두부응고제로만 국한하지 않고 피부질환 개선이나 미용에 응용하고, 가축의 사료나 친환경농업에 활용하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 수많은 미네랄의 식품영양학적 기능이나 가치들을 현대과학으로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간수는 무궁무진한 가치를 가진 우리의 자원이며 '미네랄의 보고'라는 점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간수의 효용가치를 재조명하고 산업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호철 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 식품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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