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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0월 13일] 새술은 새 부대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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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0월 13일] 새술은 새 부대라지만

입력
2012.10.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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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만나면 가장 반가운 사람이 회사 곳곳을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다. 습관이 지각이다 보니 뒤늦은 출근 뒤에 늘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휴지통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는데 토요일 이른 아침 내 방문을 열었다가 전날 먹다 남긴 샌드위치에 테이크아웃 음료잔이 고스란히 담긴 쓰레기통을 보고 '아, 안 오시는 날이지'하며 그제야 아줌마의 헤어 스타일과 옷차림을 떠올리던 나였다지.

"있을 때 잘해 나는 봉이야" 라는 유행어를 따라 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만 요즘 들어 그게 참 들어맞는 말이구나 새삼 느끼곤 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매일 매일 모르는 일이 훨씬 더 많음을 알게 되는 일이라 두렵기 마련인데 그렇다면 그때그때 내 곁에 있어준 사람과 자연과 사물이 얼마나 귀하겠는가, 왜 우리는 만만하고 익숙한 그것들에 싫증이 나 늘 그렇게 새것을 좇을까.

어떤 트라우마로 연애를 안 하고 결혼을 나몰라라 하는 게 아닌데 혼자 밥 잘 먹고 잠 잘 자는 내게 혹자들은 묻곤 한다. 외롭지 않느냐고, 사랑밖에 약 없다고. 다른 이들은 이해하겠는데 죽고 못 살 샴쌍둥이처럼 내내 들러붙어 있다가 죽이지 않고서는 못 살 것 같다고 하루가 멀다 하고 남편 욕으로 전화기를 더럽히는 친구는 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남편과 화해한 날에는 어김없이 개니 소니 하다가 자기니 허니니 애칭조차 달리 하며 콧노래도 흘리니 괘씸한 것, 구관이 명관인 걸 알면서도 매일같이 나를 놀렸겠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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