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불산 누출사고 발생 보름째를 맞고 있으나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깊어 보상과 이주대책 마련 등 사태 해결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11일 현재 피해 규모는 사망자 5명, 병원 검진자 8,000여명, 농작물 237.9㏊, 가축 3,275마리, 차량 1,138대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
▲골치 아픈 기업 보상
기업 보상은 이번 사태 해결의 최대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피해 산정에 논란이 적은 농작물과는 달리 피해 유형이 다양하고, 규모 산정 또한 어렵기 때문으로 결국 법정다툼으로 비화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1일 구미시와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경권본부에 따르면 불산 누출에 따른 기업체 피해 신고는 모두 106개사로, 265억 9,363만원에 이른다. 또 전화 접수 후 자체 피해 내역을 뽑고있는 기업체를 포함하면 모두 126개사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피해액은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다 정부가 불산 사고 현장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8일 이후 추가 접수를 한 회사가 49개사나 되는 것으로 미뤄 당분간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구미시는 내다봤다.
대표적 피해 유형은 건물 손상과 조업 및 영업손실이다. 실제 스마트폰 제작설비와 부품생산 기업인 ㈜톱텍과 ㈜디피엠테크는 수리가 불가할 정도로 공장 벽체가 녹아 내렸다. 이들 회사는 시설 교체비로 각각 39억원과 19억원을 청구했다.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사는 건물과 조업ㆍ영업손실을 입어 피해신고와 함께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영업손실과 조업손실은 손해 금액을 뽑기가 어려워 결국 법정 다툼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기업체의 속성상 치명적 손실에 대한 노출을 꺼리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드러난 것 보다 곱절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구미시와 산단공 측은 외부 기관에 피해조사 용역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손해사정사협회 대구경북지부 산하 손해사정사 10명으로 구성된 조사팀은 11일 현지를 둘러보며 피해 여부를 조사한 후 앞으로 10일 안에 피해상황 전반에 대한 용역보고서를 제출키로 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특히 첨단기업들의 생산과 영업의 특징상 손해 금액이 딱히 얼마라고 정하기 어려워 외부 손해사정 공인 기관에 용역을 줬다"며 "기업들의 생산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용역결과가 나오는 대로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기약없는 주민 이주 대책
불산 누출로 구미환경자원화시설과 구미청소년수련원에 분산 대피한 구미시 산동면 봉산ㆍ임천리 일대 190가구 주민 340여명은 11일 "황폐화한 마을로 복귀하기 전에 확실한 이주대책을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10일 "불산 누출사고 공장 인근 20여개 지점의 대기와 수질, 토양에 대한 조사결과 불산이 검출되지 않았거나 기준치 이내였기 때문에 주민들이 귀가하는데 별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사고대책본부는 정부 종합대책이 나올 때까지 주민 이주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어서 사태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제3차 관계 차관회의를 열어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농ㆍ축산물, 수목 등 분야별 지원기준 및 복구계획을 확정했다. 농작물의 경우 중앙재난합동조사로 확정된 지역 내 농작물은 전량 폐기하고 시가에 상응하는 지원을 실시키로 했다. 차량 피해는 보험으로 처리하되 개인부담금을 지원하고, 보험미가입자에 대해서는 수리비용을 지원키로 했다.
피해 주민들에 대해서는 생계지원금을 지급하고 취득세 납세기한 연장, 지방세 징수 유예 등 세제 지원을 실시한다.
한편 구미시는 이달 중순쯤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석회수를 살포, 중화를 할 방침이다. 시는 피해지역이 200㏊가 넘는 것을 감안, 방재용 헬기 사용을 검토 중이지만 오염 정도가 다른 지역별 석회수 농도 조절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구미=김용태기자 kr8888@hk.co.kr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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