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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10월 12일] 박정희의 딸, 노무현 아바타, 정치 아마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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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10월 12일] 박정희의 딸, 노무현 아바타, 정치 아마추어

입력
2012.10.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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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17대 대선이 임박했던 이즈음 이란 책이 번역돼 눈길을 끈 적이 있다. 2004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의학자들이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인간의 두뇌반응을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유권자가 투표할 때에는 이성이 아니라 감성에 좌우된다는 내용이다. 피실험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모순을 봤을 때 부정적 감정과 관련된 신경회로가 꺼지고 이를 긍정적으로 강화하려는 신경회로가 작동하는 반응을 보였다. 한번 지지하는 후보가 결정되면 웬만해서는 바꾸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험결과는 대선 후보들이 아직 마음을 확실히 정하지 못한 부동층에 더 공을 들여야 함을 보여준다. 또 후보들이 이성에 호소하는 정책 대결보다 감성을 자극하는 캠페인에 매달리는 것을 마냥 비판할 수도 없음을 말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람의 이미지는 생김새 55%, 자세나 태도 33%, 스피치나 스피치 내용 12%로 형성된다고 한다. 특정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감성은 이미지가 좌우할 텐데 그러고 보면 부모로부터 받은 생김새가 유권자 선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18대 대선의 유력 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그들의 높은 지지율을 볼 때 적어도 외모에선 '미운 털'이 박히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누가 더 국민의 호감을 얻느냐는 각 후보들의 자세, 태도와 말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선거가 68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상대방 지지자를 빼앗아오지 못하더라도 중간지대 유권자들의 감성을 움직일 만큼 세 후보의 이미지는 좋아졌을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박 후보가 가진 '원칙과 신뢰'의 좋은 이미지는 대선 본선이 시작되면서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대신 '박정희의 딸' '불통과 1인 체제'라는 부정적 이미지들이 부각됐다. 논란이 된 그의 역사인식은 '박정희의 딸'이라는 이미지를 강화시켜 민주화 세대인 '4말5초'(40대 말 50대 초 연령대) 유권자들의 마음을 더 멀어지게 했다. 50대 초인 한 외국 금융사 한국법인 사장은 "박 후보의 말을 들으면서 나의 중요한 한 부분을 부정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추석에 고향 청주에 내려가니 주변에서 '역시 박정희의 딸'이라는 말이 많이 들렸다.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 있는 충북에서 박 후보는 '육영수의 딸'로 인식돼 호감도가 특히 높다. 그 기본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을 박 후보 측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

문 후보의 경우 갈수록 '노무현 그림자'라는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을 뛰어넘겠다고 했지만 그것을 구분하게 해 줄 정책도 비전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통합과 탕평의 '용광로 인사'를 하겠다던 호언이 무색하게 최근 후보 비서실을 친노 인사들로 도배해 "노무현 청와대가 옮겨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 비노 그룹이 '2선 후퇴'를 요구한 '3철'(이호철 전해철 양정철) 중 2명을 당당하게 기용한 것을 보면 오만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친노 세력이 부활했지만 참여정부는 임기 말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참여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폐족(廢族)이라고 했던 친노들의 빠른 득세는 어떻게 비칠까.

기성정치를 바꾸겠다고 나온 안 후보는 어떻게 무엇으로 바꾸겠다는 것인지 구체적 그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정책 비전도 추상적이고 거시적이라는 평가가 더 많이 들린다. 자신과 부인의 다운계약서 작성 논란으로 '성인군자' 반열에서 일반인으로 내려왔지만 그의 말과 행동은 여전히 발이 허공에 떠있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무소속 대통령이 돼 서로 대립하는 정당에 속한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그의 주장에서 현실감을 느끼는 유권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우려했던 '정치 아마추어' 이미지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는 희망을 주는 사람을 뽑는 것인데 '박정희의 딸' '노무현 아바타' '이상주의 아마추어'에서 유권자들이 과연 희망을 찾아낼 수 있을까.

김동국 정치부 차장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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