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쁘지만 두렵기도 합니다."
중국 국적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모옌(莫言·57)은 11일 기쁘면서도 두렵다는 소감을 밝혔다. 중국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사와의 전화 통화에서는 "이번 수상이 뭔가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에는 뛰어난 작가가 많으며 그들의 우수한 작품 또한 세상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아버지와 함께 집에 있다가 수상자로 선정된 사실을 통보받았지만 담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옌연구회의 비서장이자 모옌문학관 관장인 마오웨이제(毛維杰)도 모옌과 통화했을 때 그의 목소리가 차분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침착한 반응은 노벨문학상에 대한 모옌의 평소 태도와 일치한다. 모옌은 지금껏 노벨문학상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는 2010년 5월 신화망(新華網)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언제 노벨문학상을 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결정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수상과) 작가의 창작력은 별 관련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늙은 스님이 젊은 여인을 업고 물을 건너는 것을 보고 젊은 스님이 "여인을 업고 강을 건너느냐"고 따져 묻는 고사를 인용했다. 젊은 스님의 지적에 늙은 스님은 "나는 이미 여인을 등에서 내려놓은 지 오래인데 너는 아직도 여인을 업고 있느냐"고 반문했는데 모옌은 이 고사를 통해 수상 따위는 잊고 창작에만 몰두하는 것이 작가의 소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 위대한 작가도 있지만 평범한 작가도 있다"며 "그 많은 수상 작가 중 지금도 기억되는 이가 얼마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나는 이미 노벨문학상을 잊고 지낸다"며 "대부분의 정력을 신작 창작에 쏟을 것이며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모옌이 체제 비판과 사회 문제에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노벨문학상이 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가 수상자 선정 소식에 두렵다고 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모옌은 "내 이름을 영어로 표현하면 입을 다물라는 뜻의 '셧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더 이상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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