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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삶 재현한 '중국의 마르케스'… 모진 역사 속 비틀린 인간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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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삶 재현한 '중국의 마르케스'… 모진 역사 속 비틀린 인간들 그려

입력
2012.10.1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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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붉은 수수밭' 원작 유명… 환상적 사실주의 영향 받아

중국 전통서사 섞어 쓰기도

문혁 겪으며 고된 젊은 시절… 90년대 中문학 1인자 굳혀

'개구리' '사십일포' 등 10여권 작품 국내 출간

중국 소설가 모옌(莫言ㆍ57)은 국내에서도 꽤 친숙한 작가다. 등 10여권이 국내 번역, 출간됐고 지난해 만해사상실천 선양회가 주최하는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광활한 중국 대륙을 연상시키는 거침없는 서사를 통해 중국사회를 비판적으로 조명해 일찌감치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중국 소설가로 꼽혀왔다.

환상적 사실주의의 영향을 크게 받은 모옌의 작품은 근현대 중국민중의 삶을 그리면서도 개별적 인물의 삶에서 보편성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마다 다양한 기법을 실험하는 다작의 작가 모옌은 한 문예사조로 국한되기를 거부하지만, 현대 중국의 문예사조로 따져본다면 1985년부터 불기 시작한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선봉문학(先鋒文學, 전위파)계열의 작가다. 대표작 '붉은 수수'처럼 전통적인 서술방식보다 의식의 흐름기법이나 판타지 기법을 활용하는가 하면, 처럼 중국 전통의 소설 형식인 장회체(章回體)를 사용하는 등 새롭고 다양한 실험적 형식을 추구한다.

이욱연 서강대 중문과 교수는 "중국 민중세계를 가장 잘 재현하는 작가"라고 소개한다. 모옌은 현대 중국의 역사와 천안문 사태 등 왜곡된 역사로 인해 비틀린 인간의 모습을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 교수는 "중국 민담과 설화를 차용해 중국 고전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라틴아메리카의 마술적 리얼리즘과 비슷해 유럽에서는 '중국의 마르케스'로 통한다"고 소개했다.

모옌의 본명은 관이머우예(管謀業). '말이 없다'는 뜻의 '모옌'은 그가 1981년 등단 이후 써온 필명이다. 1955년 산둥성 가오미현 둥베이향에서 태어나 소학교를 다니다 문화대혁명을 겪으며 순탄치 못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열한살 때인 5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귀향해 8년간 농촌에서 일했는데, 유년시절의 시골생활은 그의 문학적 자양분이 된다. 1973년 열여덟살 때부터 4년간 면화 공장 노동자로 지냈고 1976년 군에 징집됐다. 입대 후 다년간 습작을 하다가 1981년 문학잡지 '롄지'에 단편소설 '봄밤에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를 발표하며 데뷔한다.

80년대 초에는 사회의 현실을 독자들에게 진실하게 보고하는 형식의 작품이 주로 발표되면서 저널리즘에 가까운 중ㆍ단편소설을 썼다. 그의 문학 인생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중단편집 (1987년)을 내면서다. 이 책의 중편 '붉은 수수'를 장이모우 감독이 1988년 영화로 만들었고,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원작자인 모옌의 명성도 중국 안팎에서 높아졌다. 모옌 문학의 중기인 1990년대에는 등 장편소설을 출간하기 시작하면서 당대 문학의 일인자 자리를 굳힌다. 모옌은 너무 순박해 때론 멍청하게 보이는 인물을 주인공들을 내세우는데, 두서없이 내뱉는 그들의 말은 당대 사회상과 인간의 욕망의 바닥을 그대로 보여준다.

21세기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기존의 작품들이 민중문학적 요소가 강했다면, 이후에는 상상과 환상기법을 과감하게 사용하고, 유교 불교 도교 사상이 마르크스 사상과 맞물린다. 2009년 중국의 산아 제한 정책 속에서 강제 낙태 수술을 해야만 했던 산부인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다룬 소설 를 발표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소설로 2011년 중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마오둔(茅盾)문학상을 타기도 했다.

국내에는 올해 6월 민음사에서 출간된 를 비롯해 (문학동네, 2009), (창비, 2008), (문학과지성사, 2008), (문학과 지성사, 2007),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책세상, 2003) 등 다수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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