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2010'은 '힘 좋은 곰' 최준석의 홈런포에서 재현되는가.
믿기 힘든 한 해였다. 두산 최준석(29)은 올 시즌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2011시즌을 마친 뒤 결혼했고, 지난 6월엔 아들까지 얻어 동기 부여가 충분했지만 부진이 계속됐다. 89경기에 출전해 타율은 2할5푼, 30타점에 홈런은 고작 6개였다. 주전 경쟁에서도 밀린 최준석은 이번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을 벤치에서 지켜보는 굴욕을 맛봤다.
하지만 1루수 오재일의 부상으로 기회가 찾아왔다. 롯데가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두산의 '물 타선'엔 변화가 필요했다. 결국 김진욱 두산 감독은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 한 방이 있는 최준석을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시켰다.
최준석이 결정적인 한 방으로 '미러클 두산'의 디딤돌을 놨다. 첫 타석부터 감독의 믿음에 완벽히 부응했다. 최준석은 1-0으로 앞서던 1회초 2사 1루에 타석에 등장, 상대 선발 라이언 사도스키의 커브(시속 120㎞)를 힘차게 잡아 당겨 좌월 투런 아치를 그렸다. 볼카운트 2-1에서 높은 실투를 놓치지 않았고, 힘이 실린 타구는 사직구장 왼쪽 담장으로 쭉쭉 뻗었다.
두산은 최준석의 대포를 앞세워 롯데를 7-2로 꺾고 기적의 신호탄을 쐈다. 두산은 2010년에도 롯데를 상대로 2패 뒤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경험이 있다. 양 팀은 12일 오후 6시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각각 김선우(두산)와 고원준(롯데)을 선발로 예고했다.
사실 최준석은 8개 구단 타자 중 빠른 공을 가장 잘 치는 타자다. 올해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이대호(오릭스)는 "롯데 시절 최준석의 배팅 능력에 놀랐다. 직구를 치는 센스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변화무쌍한 사도스키의 공을 예상해 히팅 포인트를 뒤에다 놨고 변화구 중 가장 느린 커브가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방망이를 휘둘러 2만8,000명의 관중을 모두 깜짝 놀라게 했다. 3타수 1안타 2타점. 하지만 홈런 한 방으로 자신의 몫을 100% 이상 했다.
롯데는 0-3으로 뒤진 2회말 2사 1ㆍ3루에서 상대 선발 이용찬의 보크로 1점을 만회했고, 1번 김주찬의 중전 적시타 때 2루 주자 문규현이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7회 두산에 4점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두산 오재원은 4-2로 달아난 1사 1ㆍ2루에서 싹쓸이 3루타를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오재원은 3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한편 포스트시즌의 연속 매진 행진은 13경기째 이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10월16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시작으로 포스트시즌 경기가 연속 매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까지 올 시즌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는 8만 명이 들어왔고 입장 수익은 23억9,886만7,000원을 기록했다.
■ 승장 패장
▲김진욱 두산 감독 "이용찬 제구 안 좋아 빨리 내려"
승리를 거둬 기분이 좋다. 승리는 여기까지만 즐기고 4차전을 잘 준비하겠다. 1점 차로 쫓기고 있었는데 오재원이 3회 결정적인 수비를 보여줬다. 투수 중에서는 변진수가 중간에서 신인답지 않게 잘 던져줬다. 만일의 경우 김선우와 니퍼트까지 준비하려고 했는데 거기까지 안 가서 다행이다. 홍상삼을 투입한 것은 자신감을 되찾기 위함이었다. 어제 하루를 쉬었기 때문에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용찬을 빨리 마운드에서 내린 것은 제구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가 상대적으로 준비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준석의 투입은 만족스럽다. 1회 홈런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스윙이 좋았다. 4차전도 총력전이다. 승리한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겠다.
▲양승호 롯데 감독 "김성배 일찍 뺐던 것이 패인"
사도스키가 초반에 안 좋았는데 부상까지 오면서 투수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2-3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성배가 많이 던져 일찍 뺐던 것이 패인이었던 것 같다. 선수들이 잠실에서 잘 했었는데 홈 경기다 보니 긴장했다. 주루 미스도 나오고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선수들이 4차전은 편하게 경기에 나갔으면 좋겠다. 부상당한 사도스키는 이전 공에 맞아 부상당했던 부위가 날씨가 춥다 보니 경련이 온 것 같다. 4회 용덕한 타석에서 번트 시도를 하다 리드를 크게 가져가던 전준우의 주루사는 아쉽다. 3회 나온 두산 오재원의 다이빙 수비가 경기에서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조성환이 살아난 것은 다행이다. 4차전에서 끝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부산=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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