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을 뿐입니다.조국을 위해 희생한 아들을 모른 척한다면 내일부터 단식도 마다하지 않을 겁니다."
11일 오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5호. 지난해 1월부터 군 대체 복무로 스리랑카에서 자동차 기술을 가르쳐오다 6일 낙뢰 사고로 숨진 김영우(22)씨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던 아버지 김강현(54)씨는 "자동차 분야에서 세계적 지도자가 되겠다던 아들이 떠났다"라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사고 후 스리랑카로 떠났다 10일 밤 아들의 시신과 함께 귀국해 빈소를 지키고 있는 김씨는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 못지 않게 '나 몰라라'하는 정부의 무심한 태도에 분통이 터진다. 김씨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 봉사하다 세상을 떠났는데도 국방부에선 영우가 대체복무 요원이니 코이카 소속이라고 하고, 코이카에선 군 소속이라고 떠 넘기기 바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자국민이 해외에 나가서 이런 사고를 당했는데 누구 하나 제대로 보듬어 주는 사람이 없다"고 비통해 했다.
그는 스리랑카에서 챙겨 온 아들의 편지를 보여줬다. "아빠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하며 꿈을 펼쳐라'했던 말 잊지 않았지?" 스스로를 다독이는 내용이다.
이날 오후엔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과 강창희 국회의장이 빈소를 찾았다. 김씨는 "아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현충원 안치를 부탁한다"고 했으나 김 장관은 짧게 "예"를 반복하기만 했다. 강 의장 역시 "보훈처장에게 잘 말해두겠다"는 말이 전부였다.
김영우씨와 함께 불의의 사고를 당한 고 장문정(24)씨의 유족들도 비참하긴 마찬가지다. 사고 하루 전에도 딸과 '보고 싶다'는 스마트폰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아버지 장종석(50)씨는 "관용 여권을 소지하고 오지에서 봉사하다가 숨졌는데 정부는 장지 조차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고의 대책반장을 맡은 김용표 코이카 WFK 본부장은 "유공자 지정 등의 문제는 현행법상 쉽지 않겠지만 관계부처와 최대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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