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의 손을 끓는 물에 넣고 사흘 뒤에 화상이 나았으면 무죄, 아니면 유죄를 선고하던 것이 과거 재판이었습니다. 배심제로 운영하고 있는 지금의 미국의 재판이 과연 그 때보다 정교하고 우수한 재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11일 대법원 주최로 열린 '국제법률 심포지엄 2012'에서 '미국 배심원 제도-시민참여재판'을 제목으로 주제발표 한 존 리(44ㆍ한국명 이지훈) 미일리노이주 연방판사는 배심제도의 정당성을 역설하며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는 "아마도 배심원이 특허나 반독점 사건, 의료 분쟁 재판에서 증거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이유로 배심제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저의 질문에 '아닐 수 있다'고 답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판사는 배심제도가 비판 받는 사례로 과거 미국에서 있었던 '맥도날드 커피 소송'을 꼽았다. 차량에서 음식을 받는 '맥드라이브'에서 커피를 주문한 여성이 잔 뚜껑을 열다 다리에 커피를 쏟은 사건이다. 배심원 결정에 따라 무려 300만 달러라는 막대한 금액을 맥도날드가 피해여성 측에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게 됐다. 리 판사는"맥도날드 소송의 결과에 대해 징벌적 과잉 판결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런 사례는 전체 재판의 1%도 안 된다"며 "배심원들에 대해 과소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은 생각보다 똑똑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또 최근 세기의 재판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삼성과 애플 간 소송도 언급했다. 삼성과 애플 제품의 디자인을 비교한 표를 보여주며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알지 못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보더라도 이런 복잡한 재판에서도 배심원들의 증거 이해 능력은 상당히 높았다"고 강조했다.
리 판사는 "배심원 판결이야 말로 인류가 역사적으로 발명한 도구로써 헌법에 따라 만들어진 정부를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토마스 제퍼슨의 말을 끝으로 발표를 마쳤다. 리 판사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뒤 프리본 앤 피터스 로펌을 거쳤다. 고 허버트 최(최영조) 판사, 루시 고 판사에 이어 한인 출신으로는 3번째 임명된 미 연방법원 판사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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