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러시아를 출발해 시리아로 향하는 여객기에 러시아산 무기가 실려 있다는 첩보를 입수, 여객기를 강제로 착륙시켰다. 수색 결과 중화기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군사 통신장비로 추정되는 화물이 발견돼 당국이 압수했다. 이달 초 시리아 정부가 쏜 포탄에 터키 국민 5명이 사망한 이후 악화한 양국 관계는 이 일을 계기로 더욱 틀어질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에 따르면 터키 당국은 10일 오후 모스크바를 출발해 시리아 다마스쿠스로 향하던 시리아항공 소속 에어버스 A320 여객기가 터키 영공에 진입하자 F16 전투기 두대를 출격시켜 여객기를 앙카라의 에센보가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여객기에는 러시아인 17명을 포함한 승객 35명과 승무원 2명이 타고 있었다.
당국은 여객기를 조사한 뒤 일부 화물을 압수하고 9시간 만에 승객과 여객기를 석방했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외무장관은 "민간항공 규정을 위반한 불법 화물"이라며 "부적당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터키 당국자에 따르면 여객기에서 각종 장비가 실린 상자 10여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신문 허리예트는 상자 안 화물이 통신 및 전파방해 장비라고 전했다. 터키 국영 TRT 채널은 통신설비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터키 방송사 NTV는 미사일 부품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앙카라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자국발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킨 데 대해 터키 정부에 해명을 요구했다. 다부토울루 장관은 "이번 일은 터키ㆍ러시아 관계에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자국민을 학살하는 시리아 정권에 무기가 전달되는 것을 막겠다"라며 "우리 영공을 통해 시리아에 무기가 반입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터키 교통부는 시리아의 보복을 우려해 이날 "모든 터키 국적 항공기의 시리아 영공 진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BBC방송은 시리아에 무기가 반입될 경우 자국 안전이 위협받을 것을 염려한 터키 정부가 시리아에게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네즈뎃 위젤 터키군 참모총장은 이날 "(시리아가) 공격을 계속하면 더 강한 군사력을 동원해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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